48년간 가족 먹여살린 아내, 남편 흉기에 숨졌다
48년간 가족 먹여살린 아내, 남편 흉기에 숨졌다
생계 책임진 아내를 '외도 망상'으로 의심
술만 마시면 폭력 반복

80대 남성이 아내를 흉기로 살해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48년 넘게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온 60대 아내가, 남편의 망상과 흉기 앞에 목숨을 잃었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형사1부(정영하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80)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17일 오전 11시 38분께 전북 정읍시 자택에서 아내(68)를 소주병으로 내리치고 흉기로 찔렀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범행 직후 A씨는 아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엄마를 죽였다"고 알렸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A씨가 범행에 이른 배경에는 근거 없는 의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내는 가족을 위해 48년 넘게 생계를 도맡아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A씨는 평소 술을 마시면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망상에 빠져들었고, 주먹을 휘두르거나 폭언을 일삼아왔다. 이날도 음주 상태에서 같은 망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자녀들은 한순간에 어머니를 잃는 큰 슬픔을 겪었고 회복할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받았으므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음주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80세의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반복적인 가정폭력이 살인이라는 극단적 결과로 이어진 사례다. A씨의 폭력은 이날 처음이 아니었다. 술이 들어갈 때마다 망상이 되살아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내에게 향했다.
반복적인 가정폭력 피해를 겪고 있다면 경찰(112) 또는 여성긴급전화(1366)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법원에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