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교 동창에 '노예 규칙' 내세워 1.7억 갈취…뇌수술까지 이르게 했다
[단독] 고교 동창에 '노예 규칙' 내세워 1.7억 갈취…뇌수술까지 이르게 했다
재판부 "범행 비인간적" 질타했지만
피해자와 4억 합의에 감형
![[단독] 고교 동창에 '노예 규칙' 내세워 1.7억 갈취…뇌수술까지 이르게 했다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52050995542239.jpeg?q=80&s=832x832)
생성형 AI로 만든 본문과 무관한 이미지
고등학교 동창에게 '가짜 게임회사'에 취직했다고 믿게 만든 뒤, 이를 빌미로 4년간 1억 7천만 원 가까이 뜯어내고 무자비한 폭행으로 뇌수술까지 받게 한 20대 남성 A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설범식)는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와 4억에 합의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감형 사유로 작용했다.
시작은 '가짜 게임회사 취업', 현실은 '현대판 노예'
A씨의 범행은 치밀하고 비인간적이었다. 그는 고교 동창인 피해자에게 "함께 게임을 제작하자"며 가상의 게임회사 취업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를 통제하고 돈을 갈취하기 위한 덫이었다. A씨는 게임 승패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회사에 빚이 쌓이는 허구의 '채무'를 만들었고, 이를 빌미로 피해자의 일상을 잠식했다.
법원이 판결문에서 '굴욕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지적한 '생활규칙'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식사 시간 최대 20분, 한 끼에 2인분 이상 식사 ▲화장실 이용 소변 1분, 대변 5분 이내 복귀 ▲외출은 왕복 30분 이내로 거주지를 벗어날 수 없음 ▲A씨와 대화는 '네, 아니오,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잘못 들었습니다' 5가지로 제한 ▲규칙 위반 시 반성문 작성 등이었다.
A씨는 피해자를 '변제인', 자신을 '채권자'로 칭하며 계약인 것처럼 꾸몄고, 피해자의 방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계약까지 강요했다.
1.7억 갈취와 뇌수술…파국으로 치달은 관계
A씨의 착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피해자의 가족에게 가상의 빚을 갚게 할 것처럼 협박해 약 4년간 총 1억 6,800만 원을 뜯어냈다. 피해자는 가족에게 받은 유학자금은 물론, 택배 아르바이트로 번 돈까지 고스란히 A씨에게 바쳐야 했다.
결국 A씨의 폭력은 피해자를 사경으로 내몰았다. A씨는 피해자의 머리를 수차례 때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경막하혈종'의 중상해를 입혔다.
심지어 피해자가 응급수술을 받은 뒤에도 A씨는 "전등을 갈다가 넘어졌다"며 주변에 거짓말을 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피해자는 두개골 일부를 들어내는 수술까지 받았고, 일본의 대학교를 자퇴한 뒤 현재까지도 극심한 우울감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1심 '징역 5년'→항소심 '징역 3년 6개월'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범정이 무겁다"며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돈을 관리해준 것"이라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4억을 지급하고 합의했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을 주요 감형 사유로 들었다.
[참고]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 2024노1612 판결문 (2024. 11. 14.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