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시민을 너무 과잉 진압하는 것 아니냐" 민원 폭주하게 만든 유튜브 영상의 정체
"경찰이 시민을 너무 과잉 진압하는 것 아니냐" 민원 폭주하게 만든 유튜브 영상의 정체
화면 흔들림·숨소리까지 경찰 바디캠 AI로 위조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 구속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조회수 3400만 회를 기록하며 공권력 과잉 진압 논란을 일으킨 경찰 바디캠(Bodycam·몸에 부착하는 카메라) 영상들이 모두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가짜로 밝혀지면서, 이를 제작한 30대 유튜버가 경찰에 구속됐다.
23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박세홍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해당 사건의 전말과 바디캠의 증거능력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숨소리까지 진짜 같았다"… 국가 행정력 낭비 부른 가짜 영상
이원화 변호사는 "경찰이 쏜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지는 남성 모습, 여장남자가 여성 탈의실에 있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모습 등 50여개가 넘는 경찰 바디캠 영상이 올라왔다"며 해당 채널의 누적 조회수가 3400만 회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화면의 흔들림, 현장 소음, 숨소리까지 실제 바디캠으로 착각할 만큼 정교했다는 점이다.
대중은 즉각 반응했다. 박세홍 변호사는 "영상을 본 시민들이 실제 상황으로 오인해서 경찰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이 시민을 너무 과잉 진압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민원이 경찰청에 실제로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태극기를 든 청년에게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라고 꾸짖는 조작 영상에는 "나라가 공산화되고 있다"는 분노 섞인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세홍 변호사는 "단순한 가짜 영상을 넘어,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이에 대응하느라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까지 초래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29일, 해당 영상을 제작해 유포한 30대 남성 유튜버 A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가짜 영상 유포 외에도 무허가 사설 선물거래 프로그램으로 3000만 원을 챙긴 사기 혐의와 AI 음란물 판매 혐의까지 함께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 방패 내세웠지만… "명백한 허위 통신"
경찰은 A씨에게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 법은 자기나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한다.
일각에서는 'AI 영상이 통신에 해당하는지', '창작물로서 표현의 자유 영역이 아닌지'에 대한 반론이 나올 여지도 있다.
박세홍 변호사는 "A씨도 영상 설명란에 'AI 영상'이라는 문구를 일부 포함시키긴 했다"면서도 "숏폼 플랫폼 특성상 시청자들이 설명란을 꼼꼼히 읽지 않고 영상만 보고 넘기는 경우가 많고, 화면 자체에 REC(녹화 중) 표시나 촬영 시간 정보를 넣어서 마치 실제 녹화본인 것처럼 꾸몄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한구석에 작게 고지를 했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시청자를 기만할 의도가 다분했기 때문에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 '사제 바디캠'의 한계… "이제는 공식 장비로 무결성 입증"
방송에서는 가짜 바디캠 사건을 계기로, 실제 경찰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바디캠의 법적 한계도 함께 짚었다. 과거 경찰관들은 20만~40만 원에 달하는 바디캠을 사비로 구매해 사용하는 이른바 '내돈내산'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개인 소유 기기는 법정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박세홍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디지털 증거의 무결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며 "사제 바디캠의 경우 개인이 파일을 관리하다 보니 삭제나 편집이 가능해서, 법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춘천지방법원에서는 파일의 무결성 입증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사제 바디캠 영상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지난해 연말부터 전국 현장 경찰관들에게 1만 4000여 대의 공식 바디캠을 정식 보급하기 시작했다. 박세홍 변호사는 "이번에 도입된 공식 바디캠은 촬영 즉시 서버로 전송되고 개인이 삭제할 수 없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서 이런 증거 능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장 출동 시 발생하는 사생활 침해 우려에 대해서 박세홍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촬영 전 당사자에게 고지해야 하지만, 급박한 범죄 현장이나 공무집행방해 상황 등 직무수행에 꼭 필요한 경우에는 동의 없이도 촬영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