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협박당한 피해자" 주장하는 부따 강훈⋯변호사들이 보기엔 "응,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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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협박당한 피해자" 주장하는 부따 강훈⋯변호사들이 보기엔 "응, 아니야"

2020. 05. 28 18:20 작성2020. 06. 09 19:21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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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열린 '부따' 강훈 재판⋯"나도 피해자" 주장

감형 위한 '꼭두각시 전략' 분석⋯이 주장 통할 가능성 확인해 봤더니

변호사들 "가능성 작고,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되면 더더욱 그럴 일 없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 지난 27일 열린 첫 재판에서 그는 "(나도) 피해자"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연합뉴스

성착취물을 제작⋅공유한 '박사' 조주빈의 핵심 공범 '부따' 강훈(18). 그가 첫 재판에서 "(자신은) 조주빈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며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박사방 관리를 도맡는 등 조주빈의 손발 역할을 한 건 인정하지만, 조주빈에게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였다.


미성년자 최초로 신상이 공개된 강훈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등 11개 혐의를 받고 있다. 지금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런 그가 자신을 "피해자"라고 칭한 것을 두고 변호사들은 조금이라도 감형을 받고자 하는 '꼭두각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나도 신상 털려⋯조주빈 지시에 완전히 복종한 하수인이었다" 주장

"강훈은 조주빈의 지시에 완전히 복종한 하수인이었다. 신상을 털리고, 협박을 받아 (조주빈에게) 싹싹 빌었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정. 강훈 측 변호인은 범행 대부분의 책임을 조주빈에게 돌렸다. 강훈이 자발적으로 나선 게 아니라 일종의 '몸캠 피싱'을 당한 피해자라는 취지였다. "당시 조주빈이 강훈의 이름과 학교, SNS 주소 등을 보내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알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실 "시킨 대로 했을 뿐"이라는 취지의 이런 '감형 전략'은 흔히 쓰이는 수법이다. 특히 보이스 피싱과 같이 조직적인 범죄의 경우 말단 조직원들은 매번 '꼭두각시 전략'을 택한다. 우리 법원이 범행에 가담한 정도에 따라 형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들 "전형적인 '꼭두각시 전략'⋯ 실제로 통할 가능성 작다"

이에 변호사들은 "강훈 역시 조금이라도 감형을 받고자 이런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번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온길'의 최진원 변호사, '법무법인 지후'의 민태호 변호사, '24시 성범죄 케어센터'의 민경철 변호사, '법무법인 서울'의 이장우 변호사. /로톡DB
'법률사무소 온길'의 최진원 변호사, '법무법인 지후'의 민태호 변호사, '24시 성범죄 케어센터'의 민경철 변호사, '법무법인 서울'의 이장우 변호사. /로톡DB


법률사무소 온길의 최진원 변호사는 "자신도 피해자이고, 협박당해 시킨 대로 했을 뿐이라는 강훈의 주장은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우리 법원은 직장에서 '지휘-복종' 관계에 있는 부하가 직장 상사의 범행에 가담한 경우에도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훈의 "시킨 대로 했을 뿐"이라는 주장 자체를 우리 법원이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법무법인 지후의 민태호 변호사도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주빈이 강훈을 피해자라고 인정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고, 법무법인 서울의 이장우 변호사 역시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했다.


24시 성범죄 케어센터의 민경철 변호사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현재 강훈 역시 조주빈의 지시로 박사방을 관리하고, 성 착취물을 판매⋅배포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며 "만약 이런 식의 운영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는 등의 사정이 확인될 경우 법원은 강훈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곧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될 예정⋯협박 받았든, 안 받았든 상관없이 모두 처벌

검찰은 이번 '박사방' 사건의 실체가 조폭급 조직적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다음 달쯤 조주빈과 강훈 등을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로 추가 기소할 계획이다. 변호사들은 해당 죄가 적용되면 "더더욱 이런 '꼭두각시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제114조) 자체가 아무리 범죄단체의 말단이라도,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법 조항이기 때문이다. 과거 보이스 피싱 사건 등에 해당 죄가 적용된 판결문을 보면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해당 범죄는 가담하는 자들 모두를 범죄의 완성에 빠질 수 없는 불가결(없어서는 안 될)의 구성원으로 만든다. 피고인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사소하다고 하더라도, 엄중한 형사적 대처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018년 부산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신동헌 부장판사)


"피고인들이 담당한 현금 인출 역할은 전체 범행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이고 결정적인 부분이고, 범행의 해악을 고려할 때 그 책임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지난 2016년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병철 부장판사)


그런데 현재 강훈은 직간접적으로 범죄수익을 조주빈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해당 죄가 적용되면 강훈의 '꼭두각시 전략'이 더더욱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철 변호사는 "강훈이 범행에 가담한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며 "강훈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장우 변호사 역시 "강훈은 이미 범행에 깊이 관여했다"며 "(꼭두각시 전략을 유지할 경우) 오히려 진지한 반성이 없다고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민태호 변호사도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는 실제 보이스 피싱 사건의 경우도 협박을 받으면서 조직원으로 일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그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그대로 실형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즉, 강훈의 이런 주장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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