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1초 만에 당한 기습추행…유일한 증거는 '속바지' 뿐이라면
클럽에서 1초 만에 당한 기습추행…유일한 증거는 '속바지' 뿐이라면
짧은 접촉과 3시간 후 제출된 증거물, DNA는 과연 남아 있을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인파로 붐비는 클럽에서 발생한 기습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범행 후 가해자는 도주했고, CCTV로도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가 기댈 곳은 자신이 입고 있던 '속바지' 뿐이다. 과연 보이지 않는 흔적은 범인을 가리킬 수 있을까.
1초 접촉, 3시간 뒤 증거…DNA 검출될까
최근 한 여성이 클럽 내부에서 겪은 피해 사례다. 누군가 자신의 속바지 쪽을 손으로 1초간 훑고 지나간 뒤 그대로 도주했다. 피해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3시간 뒤 당시 입었던 속바지를 DNA 검사를 위한 증거물로 제출했다.
이 사건에 대해 변호사들은 DNA 검출 가능성이 있지만, 100%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짧은 접촉 시간과 증거물 제출까지의 시간 경과가 변수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유선종 변호사는 "1초 정도의 접촉만으로는 DNA가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신고 후 3시간이 지나 제출한 경우에는 증거물에 남은 DNA가 소실되거나 오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 역시 "피부세포, 체액 등 유의미한 DNA가 속바지에 남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았다.
반면,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3시간 이내 제출은 비교적 빠른 편"이라며 "속바지를 오염되지 않게 잘 보관했다면 가해자의 피부세포나 땀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DNA 없어도 처벌할 수 있다
만약 DNA가 검출되지 않는다면 가해자 처벌은 물 건너가는 걸까? 변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DNA는 가해자를 특정하는 매우 강력한 물적 증거지만, 유일한 증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성범죄, 특히 강제추행죄는 CCTV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면 진술만으로도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도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드시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범죄 입증은 피해자의 진술, 사건 당시 주변 목격자, CCTV 영상 등 간접 증거들을 종합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사기관은 클럽 주변 CCTV를 통해 가해자의 동선을 추적하거나, 클럽 출입 기록, 카드 결제 내역 등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다.
'기습추행', 그 자체로 폭행
이번 사건과 같은 '기습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죄(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로 처벌될 수 있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을 행사한 '기습추행'의 경우, 그 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힘의 강약이나 상대방의 저항을 억압할 정도가 아니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결국 DNA라는 과학수사의 힘이 닿지 않더라도,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목소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가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열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