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봐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다”…무고한 직장인에 낙인 찍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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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봐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다”…무고한 직장인에 낙인 찍은 언론

2025. 11. 12 10:00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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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 게임 성추행" 오명에 급성 스트레스

인터넷 언론의 경솔한 보도가 낳은 비극적 결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인터넷 언론이 성추행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내용과 전혀 무관한 사진을 게재하여 무고한 직장인이 가해자로 오인받고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언론사와 기자, 그리고 사진을 제공한 제보자에게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비록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더라도 신원 식별이 가능하다면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판결이어서 언론 보도의 책임과 주의의무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무관한 '꽈배기 장난' 사진, 성추행 기사에 둔갑하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최근 G회사 직원인 원고 A씨가 인터넷 신문사 E조합과 기자 D씨, 그리고 제보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기)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5,298,770원(치료비 및 위자료)을 지급하라"고 주문하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2019가단204724).


사건의 발단은 201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G회사 직원인 피고 B씨는 자신이 회사 노조위원장 등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피고 E조합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E'에 제보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제보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진 한 장을 기자에게 제공했다.


해당 사진은 원고 A씨가 G회사 원장(여성)과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입에 꽈배기를 문 채 장난치는 모습이었다.


피고 D기자는 이 제보 내용을 기사화하면서, 실제 성추행 사건과는 무관한 A씨의 '꽈배기 장난' 사진을 기사 중간에 '성희롱 피해를 일으킨 문제의 빼빼로 게임'이라는 표현과 함께 게재했다.


기사 본문은 G 인재개발원 여직원이 노조위원장 등으로부터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으로, 원고 A씨나 사진 속 행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모자이크도 소용없었다... 주변인들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의심

문제의 기사가 게재된 직후, 원고 A씨는 피고 E조합에 즉각 항의했고, 다음 날 기사는 A씨의 사진 대신 실제 가해자로 지목된 노조위원장의 사진으로 교체되었다. 그러나 이미 퍼진 기사로 인해 A씨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A씨는 기사 게재 직후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법원은 피고들의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 제보자 B씨: 자신의 제보 내용과 무관한 A씨의 사진을 고의 또는 과실로 기자에게 제공한 책임.


  • 기자 D씨 및 언론사 E조합: 기사 내용과 사진의 연관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책임.


피고들은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고, 원고의 요청에 따라 즉시 교체했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비록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는 하나 옷과 체형, 얼굴의 윤곽, 머리의 모습과 크기 등을 통하여 원고의 지인이나 직장 동료, 가족들 등은 쉽게 원고임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피고들이 A씨의 사진을 게재함으로써 원고의 직장 동료나 가족 등이 원고를 기사 내 가해자 또는 유사한 성추행 가해자로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A씨의 인격권과 명예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공동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언론 자유와 책임의 균형, 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재판부는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A씨가 지출한 치료비 전액 298,770원을 인정하는 한편, 위자료 500만 원을 책정했다.


위자료 산정에는 ▲이 사건 보도의 내용 ▲직접적으로 무관한 원고 사진이 실리게 된 경위 ▲원고의 근무 기간 및 경력 ▲피고 E조합의 일반 대중에 대한 인지도와 파급력 ▲사후 사진 교체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번 판결은 언론의 보도 자유가 타인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기사 내용과 사진의 연관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하는 언론사의 무거운 주의의무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모자이크 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독자가 오해할 소지가 있다면 언론사, 기자, 심지어 사진을 제공한 제보자까지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법원은 "설령 피고들이 사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더라도, 기사 내용과 사진이 관련 없는 이상 독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설명을 부가하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확대하는 등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상,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최종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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