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0건'인데 상표권 고소…나도 범죄자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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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0건'인데 상표권 고소…나도 범죄자 되나요?

2026. 03. 18 13:29 작성2026. 03. 19 09:00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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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등록 믿었다 '날벼락'

변호사들 "형사처벌 핵심은 '고의' 입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온라인 쇼핑몰에 상품을 자동으로 올려주는 대행업체를 이용했다가 하루아침에 상표권 침해로 고소당한 판매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판매량은 '0건', 문제 인지 후 즉시 삭제했지만 상대는 300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상표법 위반 형사처벌의 핵심은 '고의성'에 있다며, 판매자가 침해 사실을 알면서도 상품을 올린 것이 아님을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혐의없음'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판매 '0건'인데 300만원 요구…'자동 등록'의 함정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눈앞이 캄캄해졌다.


한 의류 브랜드로부터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3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과 함께 경찰 고소장을 받은 것이다.


A씨는 상품 등록부터 배송, 반품까지 모두 처리해주는 '상품 대량 자동등록 업체'를 이용해왔을 뿐, 문제의 상품을 직접 고르거나 올린 기억조차 없었다.


심지어 해당 상품은 판매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고지서에 적힌 상품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로고는 흐릿하게 '블러' 처리되어 식별조차 어려웠다.


A씨는 통보를 받자마자 즉시 상품을 삭제했지만, 고소인은 막무가내였다.


"'고의' 없으면 처벌 안 돼"…법정 방패 될까?

변호사들은 A씨가 형사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상표권 침해죄는 고의가 있어야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한별 황민혜 변호사는 "상표법상 침해죄는 고의범으로, 타인의 등록상표임을 알면서도 사용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무혐의 처분이 가능합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이주헌 변호사 역시 상표법 위반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상표권을 사용한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A씨의 경우 대량 자동 등록 과정에서 개별 상품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판매 건수가 0건이라는 점은 상표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고의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대행업체를 통한 자동등록, 판매 없음, 통지 후 즉시 삭제 등의 사정으로 고의가 증명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된 판례도 있다.


'대행사 책임' 동의서, 법적 효력은?

A씨의 손에는 대행업체와 맺은 '상표권 침해 사건 발생 시 본인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내용의 동의서가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동의서가 '만능 방패'는 아니라고 경고한다.


황민혜 변호사는 해당 동의서가 형사 책임을 자동으로 면제해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주헌 변호사 또한 "업체와 의뢰인 간의 내부 계약일 뿐, 수사기관이 의뢰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닙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동의서는 A씨의 '고의 없음'을 뒷받침하는 간접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A씨가 왜 수많은 상품을 일일이 검수하지 못했는지, 시스템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경찰조사, '몰랐다' 아닌 '왜 몰랐는지'가 중요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기 위해서는 경찰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하느냐가 관건이다.


변호사들은 단순히 "몰랐다"고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전종득 변호사는 '고의 부재의 구체적 근거'를 사실대로 일관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대행업체를 통해 상품이 기계적으로 등록되는 시스템 구조를 상세히 설명하고, 로고가 블러 처리돼 식별이 어려웠던 점, 실제 판매가 0건이라는 판매 내역, 침해 통보 즉시 삭제한 스크린샷 등 객관적 증거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는 "진술 시에는 상품 등록·배송·판매 등 모든 실무를 대행업체에 위임했다는 점, 대행업체와 상호 합의된 책임 제한 동의서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나는 몰랐다'는 막연한 주장 대신, '왜 몰랐고, 알 수 없었는지'를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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