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이런 일이? 끝을 알 수 없는 그녀들의 노예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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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런 일이? 끝을 알 수 없는 그녀들의 노예 계약

2019. 11. 12 15:37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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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500번 넘게 행사 다녔는데⋯정산은 '0원'

꼼수 계약서 탓에 노예계약⋯협찬과 멤버 영입 등 회사 일까지 시켜

사건 담당 송혜미 변호사 "꿈꾸는 청년들을 이용한 불공정한 계약"

20대의 두 소녀는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뎠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빛나는 스타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에게 너무나도 차가웠다. /송혜미 변호사 제공

그토록 서고 싶던 무대였다. 힘든 연습생 생활을 이 악물고 버텨냈다. 하루 연습만 19시간. 몸이 아무리 아파도, 숙소에 가스가 끊겨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참았다.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해도 무대에 올랐다. 이제 와 돌아보니 1년에 100번이 넘는 공연을 펼쳤다. 힘은 들었지만 더 하다 보면, 버티다 보면 빛나는 스타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아니, 사장님이 녹록지 않았다. 활동을 위한 메이크업이나 무대 의상 지원은 일절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사비를 들여 무대에 섰다. 해외 공연에 가서는 담배 연기 자욱한 술자리에도 동석해야 했다. 미성년자라는 사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이라며 참았던 시간이 3년이었다. 500번이 넘는 공연을 해도 통장엔 '0원'. 소속사는 단 한 번도 정산해주지 않았다.


4년간 그녀들이 겪은, 소속사 대표의 '갑(甲)질' 종합세트

걸그룹 베이비부 전 멤버들이 지난 4년간 겪은 일이다. 부당한 일들을 견디다 못한 다온(25)과 다율(22)은 소속사 대표 김모(50)씨에게 최근 "전속(專屬)계약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전속계약이란 멤버들의 권리나 의무가 오직 한 소속사에 딸렸다는 의미다. 이 계약이 유지되는 한 다온과 다율은 다른 소속사를 통해 연예인으로 활동할 수 없다.


이들은 위에서 말한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노예계약'의 전형이었다고 말한다. 4년간 그녀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온과 다율이 주장하는 쟁점을 자세히 살펴봤다.


① 꼼수 계약서 : 앨범 4장 냈지만, 계약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다온과 다율은 각각 2015년과 2016년에 소속사와 계약 기간과 수익분배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 기간은 5년으로 했다. 그런데 '계약 시작 시점'이 특이했다. '2곡 이상이 수록된 앨범이 발매된 때'를 시작 시점으로 했다.


한 곡짜리 앨범만 내고 활동을 할 경우, 계약 기간을 사실상 영원히 연장할 수 있는 꼼수 조항이었다. 소속사는 이를 철저하게 악용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은 4장의 앨범을 발매했지만, 모두 한 곡만 수록된 싱글앨범이었다. 따라서 가수로 3년 가까이 활동했음에도 이들의 계약은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행사를 위한 소속사의 지원도 없어 멤버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2017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동일한 옷으로 무대에 올랐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② 활동 지원 '無' : 숙소 지원은커녕 사비로 산 무대의상도 뺏어간 소속사

연습생이라도 소속사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합숙에 필요한 주거공간, 춤과 노래를 갈고닦을 연습실,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차량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소속사에게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소속사의 강요로 하루 19시간씩 연습해야 했지만, 막상 연습실은 없었다. 대표의 지인이 소유한 연습실에 자리가 날 때를 기다려 틈틈이 연습해야만 했다. 다른 사람들이 오면 연습을 중단하고 밖에 나가 있어야 했다.


숙소는 허름하고 허술했다. 가스비와 수도 요금은 연체되기 일쑤였다. 언제 쫓겨날지 몰라 항상 짐을 쌓아뒀다. 물이 나오지 않아 머리를 감으러 근처 미용실에 간 적도 있었다.


밖에서 사람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허술했던 숙소의 창문. 이들은 스토커에 쫓기기도 했지만, 소속사의 대응은 "걱정하지 말아라"라는 말뿐이었다. /MBC '실화탐사대' 방송 캡처


무대에 오를 때도 지원은 전무했다. 메이크업이나 헤어 비용은 다온과 다율이 스스로 지불해야 했다. 차량도 없어서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한 적이 많다고 했다. 아끼고 아꼈지만, 어느 날 보컬 레슨 비용을 지불하고 보니 통장에 남은 돈은 3843원. 자기 돈 주고 산 무대의상은 오히려 대표가 가져가 버렸다.


③술자리와 성추행 : 미성년자 멤버도 접대 동원⋯ 성추행엔 "딸 같아서"

지난 2015년 12월 즈음, 대표는 해외 스케줄이 잡혔다며 이들을 중국으로 데려갔다. 알고 보니 클럽에서 진행하는 행사였다. 끝나고서는 행사 관계자들이 모인 술자리에 동석했다. 미성년자 멤버도 있었지만, 대표의 강요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곳에서 다온과 다율은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이들은 대표가 "딸 같아서 만지는 거야"라며 성추행한 사람을 두둔했다고 전했다.


④회사 일까지 시키며, 정산은 '0원' : 3년간 500번 넘게 행사했지만 한 번도 정산 못 받아

대표는 투입된 비용을 거둬들이고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수익의 30%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다온과 다율이 모든 비용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행사를 500번 넘게 뛴 후에도 한 푼도 정산해주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이 전국을 누비며 500번을 넘게 공연한 결과, 대표가 3년간 약 4억가량을 가져갔다고 주장한다.


대표는 돈을 주기는커녕 회사가 맡아야 할 업무까지 이들에게 떠넘겼다. 다온과 다율은 소셜미디어(SNS)로 사람들에게 걸그룹 오디션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대량으로 보냈다. "관심 있다"는 답장이 오면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캐스팅 업무까지 담당했다.



가수로 활동하며 캐스팅을 진행하거나 협찬과 관련된 업무도 두 사람이 떠맡아서 했다. 멤버 중 한 명이 인스타그램 DM으로 문의했던 증거들. /송혜미 변호사 제공


코디네이터나 매니저가 해야 할 '의상 협찬'이나 '장소 섭외' 업무도 두 사람이 떠맡았다. 소장과 함께 법원에 제출된 증거에는 이들의 절박함이 가득하다.


다온과 다율은 지난 2016년 7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펜션을 협찬받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펜션 사장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남겼다. "혹시 장소를 당일에 잠깐 협찬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문의 남깁니다!" 구구절절 부탁하는 내용의 이 메시지는 "안 되면 안 된다고 말씀해주셔도 감사하다"는 말로 끝난다.


끝내고 싶어도 끝낼 수 없는 그와의 '종신 계약'

다온과 다율의 열정은 대표의 횡포로 빛을 잃어갔다. 다른 기획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지만 지금 대표와의 분쟁으로 계약 체결은 불발됐다.


용기를 내 대표를 찾아가 "우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너희 다시는 연예계 활동할 수 없게 할 거야. 너희가 돈 벌 때는 언제인지 가르쳐줄 수 없다. 빨리 꺼져"라며 폭언과 협박을 했다.


다시 찾아갔을 때도 대표는 원만하게 계약을 해지할 의사가 없었다. 대화도 거부하며 "(너와 나) 둘 중 하나가 부러져야지 일이 끝난다고 얘기했잖아"라며 윽박질렀다. 이들은 공포에 떨며 돌아왔다.


이들의 계약 해지가 쉽지 않은 건 계약 해지에 따른 부담 때문이다. 계약서상에는 ①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거나 ② 대표와 24시간 이상 연락 두절돼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대표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나아가 대표가 ①과 ②를 이유로 전속계약을 해지하자고 통보하면 다온과 다율은 대표가 데뷔를 위해 투자한 비용까지 토해내야 한다.


송혜미 변호사 "청년 이용한 불공정한 계약⋯효력 당장 정지해야"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비츠로의 송혜미 변호사. /로톡 DB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비츠로의 송혜미 변호사는 "연예인 전속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고도의 신뢰 관계를 전제로 유지되는 것이지만 김씨가 보여준 행태를 보면 기본적 신뢰 관계는 무너졌다"며 "앞으로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자들은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활동의 자유 등 헌법적 기본권에 대해서까지 심각한 침해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단 한 번도 정산을 받은 적이 없어 경제적 여력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청년들을 이용해 수익을 얻는 불공정한 계약의 효력을 정지해야만 하는 긴박한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로톡뉴스는 베이비부 소속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메일을 보내는 등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아무 대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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