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어도 입주 불가? 청년안심주택 신탁방식 보증보험 늪, 조건부 등록 등 법 개정 시급
다 지어도 입주 불가? 청년안심주택 신탁방식 보증보험 늪, 조건부 등록 등 법 개정 시급
80% 이상이 신탁 방식이나 준공 전 '임대사업자 등록' 막혀
보증보험 가입 불가능한 구조적 모순 해결 관건

서울시의회 /연합뉴스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되는 '청년안심주택'. 그러나 완공된 새집을 눈앞에 두고도 입주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발만 동동 구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사업자의 80% 이상이 선택하는 '신탁 방식'이 현행법의 '칸막이 규제'에 가로막혀, 준공 전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사업자와, 다 지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청년 입주 예정자 모두를 옭아매는 모순적인 상황의 원인과 해법을 긴급 진단한다.
다 지은 집에 왜 못 들어가나... 청년 울리는 '칸막이 규제'
청년안심주택 사업의 80% 이상은 부동산 신탁사가 사업 주체(위탁자)로부터 토지 소유권을 이전받아 자금을 조달하고, 건물을 지어 분양·임대까지 책임지는 '신탁 방식'으로 추진된다. 사업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공백이다. 현행법상 임대사업자는 임차인을 모집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먼저 관할 구청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하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면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증명해야 한다.
신탁 방식의 경우, 신탁사는 건물이 완공되고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쳐야 비로소 법적인 소유권을 취득한다. 즉, '준공 후'에야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임차인 모집은 통상 사업 자금 확보 등을 위해 '준공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로 인해 사업자는 준공이 임박했음에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합법적인 임차인 모집을 하지 못하고, 결국 준공이 끝나도 청년들의 입주가 수개월씩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법과 현실의 충돌
이 문제는 서로 다른 법 조항들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각자의 논리대로 작동하면서 발생한 '규제의 역설'이다.
첫째, 법은 임대사업자에게 임차인 모집 전 보증보험 가입을 강제한다(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49조).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다.
둘째,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 자격을 갖춰야 한다.
셋째,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면 임대할 주택의 등기부등본 등 소유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이 세 가지 요건이 신탁 방식과 만나면서 '소유권 취득(준공 후) → 임대사업자 등록 → 보증보험 가입 → 임차인 모집(준공 전)'이라는 불가능한 순서가 강요되는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법을 준수할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이러한 법적 딜레마는 법원의 판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대법원은 "매수인이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기 위해서는 그 임대주택에 관하여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른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친 '임대사업자'일 것이 요구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다48218 판결). 이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현행법 체계하에서는 등록 절차를 건너뛸 수 없음을 보여준다.
'숨통' 트일까… 해법으로 떠오른 '조건부 등록제'
이처럼 꽉 막힌 상황을 타개할 현실적인 해법으로 '조건부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신탁 방식으로 추진되는 민간임대주택에 한해, 준공 전이라도 '준공'을 조건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허용해주는 특례를 마련하는 것이다. 즉, 소유권 등기부등본 대신 신탁계약서, 사업계획승인서, 건축허가서 등을 제출하면 '조건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보증보험 가입과 임차인 모집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조건부 등록: 사업자가 착공 후 신탁계약서 등을 첨부해 '조건부 임대사업자 등록'을 신청한다.
(2단계) 조건부 보증 가입: 발급된 조건부 등록증으로 보증보험사와 '준공 시 효력 발생'을 조건으로 하는 보증 계약을 체결한다.
(3단계) 임차인 모집: 합법적으로 임차인 모집을 진행하고, 입주 예약 계약을 체결한다.
(4단계) 정식 전환: 주택 준공 후 사용승인 및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면, 조건부 등록이 정식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자동 전환되고 보증보험의 효력도 완전히 발생한다.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면 사업자는 준공 시점에 맞춰 차질 없이 임차인을 입주시켜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청년 입주자들은 준공 전부터 보증보험의 보호 아래 안심하고 계약하고, 준공 즉시 입주할 수 있게 된다.
정책 목표 달성 위해 제도 개선 서둘러야
청년안심주택은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려는 중요한 정책 사업이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법 규제로 인해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신탁 방식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현행 제도는 사업자에게는 '법 위반'을 강요하고, 청년에게는 '입주 지연'이라는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는 민간임대주택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하거나 명확한 행정 지침을 마련하여 '조건부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의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얽힌 실타래를 풀고, 청년안심주택이 본래의 목적대로 청년들의 든든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