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구형했는데 23년 선고…한덕수 판결, 법원이 구형을 깨버린 이유
15년 구형했는데 23년 선고…한덕수 판결, 법원이 구형을 깨버린 이유
법원, 특검 구형량 1.5배 넘는 징역 23년 선고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요청한 형량보다 재판부가 더 무거운 형벌을 내리는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내란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는 내란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15년을 8년이나 훌쩍 뛰어넘는 형량이다. 재판부는 왜 징역 23년이라는 초강수를 뒀을까.
구형은 의견일 뿐, 판결은 판사가 한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검사의 구형이 형량의 상한선'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구형은 검사의 의견에 불과하다.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적인 양형권을 가진다. 형법 제51조는 범인의 연령, 성행,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사가 보기에 검사의 구형이 피고인의 죄질에 비해 너무 가볍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법원은 "원심이 검사의 구형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하였다고 하여 그 형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판례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번 한덕수 전 총리 판결은 이러한 법원의 독립적 양형권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방조범'에서 '내란 주역'으로… 죄명 변경이 가른 운명
재판부가 이토록 무거운 형을 내린 결정적 배경에는 공소장 변경이 있다.
당초 특검은 한 전 총리를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행위의 방조범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법원은 "방조범이 아니라 내란의 중요 임무를 수행한 정범으로 봐야 한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고, 특검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 차이는 엄청나다. 방조범은 정범보다 형을 감경받을 수 있지만, '내란중요임무종사죄'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훨씬 무겁다. 한 전 총리가 국무총리라는 막중한 지위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깊숙이 관여하고, 관련 문건에 서명까지 한 행위를 단순한 도움 수준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엄중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헌법기관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의 폭주를 견제하지 않고 동조한 점 ▲허위 계엄 선포 문건에 서명하고 폐기를 지시한 점(증거인멸) ▲헌재 탄핵 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한 점(위증)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편, 한 전 총리는 이날 징역 23년 형의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