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미행은 무죄, 14분 문고리 잡은 건 유죄? 들쑥날쑥한 스토킹 판결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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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미행은 무죄, 14분 문고리 잡은 건 유죄? 들쑥날쑥한 스토킹 판결 기준

2025. 08. 01 15:4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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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법규에 현장 혼선 가중

울산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체포된 30대 남성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5시간 30분 동안 헤어진 연인을 집요하게 쫓아가 훔쳐보면 '스토킹'이 아닐 수 있지만, 14분간 이웃집 문고리를 흔들면 '스토킹'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최근 스토킹 범죄가 강력 사건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범죄 성립의 핵심 요건인 '지속성·반복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시간 30분의 추적, 법원은 '일회성'이라 봤다

A씨는 2022년 8월, 헤어진 여자친구의 차를 6.7km나 뒤따라갔다. 여자친구가 다른 남성과 식당에 들어가자, A씨는 무려 5시간 30분 동안 밖에서 이들을 지켜보며 사진까지 찍었다. 피해자는 식당 종업원을 통해 이 사실을 전해 듣고 공포에 떨며 경찰에 신고했다. 1심 법원은 A씨의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단순히 시간의 길고 짧음을 기준으로 '지속적 스토킹'을 구별할 수는 없다"며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경찰 신고 직후 현장을 떠났고, 피해자가 느낀 불안감이나 공포심이 "중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판결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2023년 4월, 남편의 내연녀를 향해 7분간 경적을 울리고 차량을 따라간 B씨. 과거에도 같은 피해자를 스토킹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법원은 "계속 따라다닐 의도가 없었다"며 '지속적 스토킹'이 아니라고 판단해 무죄를 확정했다.


14분의 위협, 법원은 '지속성'을 인정했다

반면, 법원이 짧은 시간의 행위에도 '지속성'을 인정한 판결도 있다. C씨는 2021년 12월, 이웃이 자신의 기초생활수급비를 훔쳐 갔다고 의심해 14분 동안 이웃집 현관문 앞에 돌멩이를 쌓고 문손잡이를 거칠게 돌렸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올해 2월 C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범죄 전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 동기, 피해자 반응 등을 전체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며 "C씨의 행위는 그 자체로 지속된 스토킹 행위"라고 판단했다. 단 14분이었지만,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조장한 맥락을 중요하게 본 것이다.


기준 없는 '지속·반복성', 왜 혼선 생기나

이처럼 판결이 엇갈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있다. 법은 스토킹 범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으로만 규정할 뿐, '지속성'과 '반복성'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법관의 재량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고무줄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판례를 종합하면 법원은 ▲행위의 시간적 길이 ▲행위자의 의도 ▲피해자의 공포심 정도 ▲행위의 전후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어떤 요소를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뒤바뀌고 있다.


5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의 감시 행위는 행위자가 신고 후 즉시 멈췄다는 점을 들어 '일회성'으로 판단한 반면, 14분간의 문고리 위협은 그 행위가 담고 있는 공포의 '맥락'을 더 중요하게 봐 '지속성'을 인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스토킹 피해자들은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또 다른 불안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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