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도 없고, 진단서도 없는데⋯"지금이라도 증거 만들까?" 정말 위험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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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도 없고, 진단서도 없는데⋯"지금이라도 증거 만들까?" 정말 위험한 생각

2020. 04. 13 18:32 작성2020. 04. 13 18:33 수정
김진희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jh.ki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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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진술, 그리고 목격자 진술만으로도 '폭행죄' 증명 가능

증거 만들어내면 오히려 증거위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맞은 부위의 사진도 찍지 않았고, 따로 병원 치료도 받지 않았지만 사과 한마디 없는 게 괘씸해 고소하려고 한다. 증인만으로 고소할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직도 A씨는 그날만 떠올리면 화가 난다. 얼마 전 A씨는 한 모임에 참석했다. 평소 잘 알고 지낸 B씨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A씨와 B씨는 대화 도중, 작은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감정이 격해진 B씨가 A씨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A씨는 피할 새도 없이 얼굴과 목 부위를 맞았다. 당황한 A씨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함께 자리에 참석했던 다른 친구의 위로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A씨는 없는 일로 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래서 맞은 부위의 사진도 찍지 않았고, 따로 병원 치료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과 한마디 없는 B씨가 너무 괘씸해 지금이라도 고소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진단서를 따로 받아둔 것이 아니라 걱정이 된다.


A씨는 이제 이런 생각이 든다. "그때 맞은 것처럼 따로 분장해서 사진을 찍을까?"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고 증거를 보완하기 위한 행동인데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증거 보완 차원인데 괜찮지 않을까?"는 안일한 생각

변호사들은 A씨의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법무법인 지정의 이신광 변호사는 "분장을 해서 증거를 만들려는 해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며 "증거위조죄로 오히려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명재의 김연수 변호사도 위 의견에 동의하며 "A씨가 다른 사람에게 분장을 부탁한다면, 부탁받아 분장해준 사람 역시 증거위조죄로 같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이평의 박세훈 변호사는 "상처를 입었던 부위를 명확히 보여주고자 인위적 분장으로 재연한 사진이라는 점을 미리 밝히고 제출한다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허위의 취지로 제출하게 된다면 전혀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 진술, 그리고 목격자 진술만으로도 충분

변호사들은 진단서가 없어도 충분히 고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목격자의 진술만으로도 가해자를 폭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훈 변호사도 "A씨의 경우 피해자 본인의 진술뿐 아니라, 목격자인 제3자의 진술도 존재한다"며 "이런 경우 범죄 혐의의 증명에 있어 극히 곤란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진술의 명확성, 일관성, 진술을 뒷받침할 정황 유무 등 신빙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신광 변호사는 '일관된 진술'을 조금 더 강조해 말했다. 목격자와 A씨의 친분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A씨와 목격자의 친분 때문에 진술의 신빙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진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연수 변호사는 "목격자에게 목격자 사실확인서를 받아두라"고 조언했다. 목격자 사실확인서는 당시 상황, 인과관계 등을 적어 A씨가 당한 폭행 사실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김장천 변호사도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 목격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근거로도 충분히 폭행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봤다.


변호사들이 '상해죄'는 인정받기 어렵다고 본 이유

A씨는 병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치료했다. 이 때문에 진단서가 없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진단서 없이는 상해죄 인정은 어렵고, 폭행죄로 인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산성의 박현우 변호사도 "진단서 없이 처벌이 된다면 단순 폭행으로 처벌될 것"이라고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변호사들이 "진단서가 없기 때문에 상해죄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형법상 폭행죄의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해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는 행위 일체를 의미한다. 직접적으로 때리는 것 말고도 얼굴에 침을 뱉거나 다른 사람 귀 가까이에 지나치게 큰 소리를 내는 행위도 모두 폭행에 해당한다.


A씨의 경우 얼굴과 목을 맞았으니 일단 폭행죄에는 당연히 해당한다.


그러나 상해죄는 폭행죄보다 조금 더 엄밀한 조건이 있다. '황미옥 법률사무소'의 황미옥 변호사는 "상해죄의 '상해'는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할 경우 성립한다"고 했다.


대법원의 '상해'를 보는 기준을 보면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대법원은 "굳이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면 "(형법상) 상해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즉, A씨는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치료했다"고 한 것을 바탕으로 볼 때 대법원 기준에 따르면 "상해가 아니다"고 볼 여지가 많은 상태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상해죄로 인정받긴 어렵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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