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 후 재혼은 연금 박탈, 이혼 후 재혼은 연금 유지… 같은 재혼인데 왜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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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 후 재혼은 연금 박탈, 이혼 후 재혼은 연금 유지… 같은 재혼인데 왜 다르죠?

2026. 04. 24 10:56 작성2026. 04. 24 10:57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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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남편 잃고 유족연금 받던 80대

뒤늦게 재혼 사실 들통나 연금 환수·통장 압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십 년을 실질적인 부부로 살았더라도 기존 법률혼이 남아있다면 유족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17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의 박은석 변호사는 군인·공무원 유족연금의 맹점을 짚었다.



80대에 재혼해도 연금 박탈…얄짤없는 '유족연금'의 세계


박은석 변호사는 "남편이 군인 등으로 복무하다가 사망했을 때, 그 배우자가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가 일정 금액을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라고 유족연금을 설명했다. 금액은 사망 당시 받던 연금의 60% 수준이다.


그러나 재혼을 하면 이 수급권은 즉시 사라진다.


박은석 변호사는 "배우자가 새로운 혼인관계를 시작한 이상, 새로운 배우자가 부양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 더 이상 국가가 남겨진 배우자를 부양해 줄 필요는 없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규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나이도 불문한다. 박은석 변호사는 "군인이었던 남편과 사별한 후 유족연금을 받아오던 80대 여성이 재혼하였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보훈청으로부터 연금 수급권을 박탈당하고, 이미 지급한 연금 환수를 위하여 통장 등의 재산을 압류당하는 사건도 있었다"고 전했다.


혼인신고 없는 사실혼 역시 수급권 박탈 대상이며, 이를 몰랐더라도 그동안 받은 연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사별하면 뺏고, 이혼하면 지킨다?…헌재도 5대 4로 갈린 재산권 논란


진행자인 이원화 변호사는 "많은 분들이 가장 납득하지 못하는 대목이, 사별 뒤 재혼은 유족연금이 끊기는데 이혼 뒤 재혼은 분할연금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은석 변호사는 두 제도의 성격 차이를 들었다.


박은석 변호사는 "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사회보장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나라가 그 내용을 비교적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데, (이혼 시 나누는) 분할 연금의 경우에는 그 사람에게 귀속되는 재산권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재혼 여부와 관계없이 그 사람의 사유재산을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2년 재혼 시 유족연금을 박탈하는 법률에 대해 두 차례나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수십 년 뒷바라지보다 종이 한 장…본처 못 넘은 '중혼적 사실혼'


연금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혼인의 실체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서 갈린다. 군인으로 복무한 남편이 본처와 법률혼을 유지한 채, 다른 여성과 수십 년간 사실혼 관계를 맺고 살다 사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정법원은 1·2심 모두 사실혼 여성의 손을 들어줬지만, 유족연금 소송의 결론은 달랐다. 국방부와 행정법원 모두 "법률혼 배우자가 유족연금의 수급권자"라고 판단했다.


박은석 변호사는 "우리 법은 법률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사실혼은 법으로 보호하고 있지 않다"며 이를 '중혼적 사실혼'이라고 칭했다.


이어 "당시 가정법원 소송 과정에 법률혼 배우자가 어떻게 보면 매우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고 이를 뒤늦게 알고 상소했다는 점도 행정법원에서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다른 사람인 법률혼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취지다.


연금 운명 가른 건 '부부의 실체'


반대로 서류상으론 관계가 끝난 것처럼 보여도, 실제 부부처럼 생활했다면 분할연금을 줘야 한다는 판결도 있다.


2000년 협의 이혼 후 딸을 위해 2007년 서류상 재결합을 했다가 2020년 다시 이혼한 부부의 사례다. 이혼 조정 조서에는 '2000년부터 혼인 관계가 파탄되었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남편은 서류상 혼인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박은석 변호사는 "두 분이 2차 혼인 기간에 실제로 5년간 동거를 하셨고, 또 3년 이상 주민등록 주소지를 같이 했던 점, 손주 양육에도 함께 참여한 점 등을 근거로 두 사람이 실체적인 혼인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서류에 적힌 문구보다 부부로서 함께한 생활이라는 실체를 우선한 법원의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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