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유재수 구속한 검찰⋯'감찰 무마 의혹' 받는 조국은 사면초가
한방에 유재수 구속한 검찰⋯'감찰 무마 의혹' 받는 조국은 사면초가
유재수 전 부시장의 구속 과정의 특이점 3가지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밤 구속됐다. 금융위원회 국장 시절 기업들 편의를 봐주고 골프채, 항공권, 자녀 유학 비용 등을 받은 혐의가 인정됐다.
유 전 부시장은 현 정권 핵심 실세들과 얽혀있는 친노·친문 핵심인사라는 점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큰 관심을 받았다. 구속 영장이 청구됐을 때도, 영장이 발부됐을 때도 주요 언론들은 앞다퉈 긴급 속보를 보냈다.
검찰 안팎에서는 "구속 됐다는 사실보다 구속되기까지의 과정이 충격적이다"는 말이 나온다. ①검찰이 단 한 차례만 조사를 한 뒤 영장을 청구했다는 점 ②법원이 이례적으로 오후 10시가 되기도 전에 영장 발부를 결정한 점 ③대형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라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했다는 점에서 보면 그렇다.
①단 한 번의 조사로 구속영장 청구한 검찰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을 소환 조사 한 번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 내용이 복잡하고 방대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유 전 부시장은 여러 해에 걸쳐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는데, 각각의 뇌물 액수와 대가성을 확인하려면 본인 조사가 여러 번 필요하다고 예상됐다. 하지만 검찰은 첫번째 조사 직후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이례적인 움직임에 "성급하게 일 처리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검찰이 패를 숨기기 위해 일부 혐의만 적용해서 영장을 청구했다"는 이야기가 동시에 나왔다.
실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유 전 부시장의 혐의 모두를 담지 않았다. 오직 지난 2016년 금융위 국장 시절 있었던 비리 혐의만 적용했다. 그것도 일부였다. 공직자인 유 전 부시장이 3000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단순 뇌물죄가 아니라)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었지만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단순 뇌물죄를 적용해 속전속결로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②구속 여부 이례적으로 빠르게 결정한 법원
그렇게 청구된 영장은 곧바로 발부됐다.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를 모두 인정한다"는 일방적인 발부 사유였다.
법원이 영장 발부 소식을 알린 시간도 의미가 있었다. 법원 출입 기자들은 오후 9시 50분쯤 동부지법 공보판사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사안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상당히 이른 시간이었다.
법원은 보통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사안의 경우 숙고의 숙고를 거듭하다 자정 가까이 결과를 발표한다. 오후 10시 전에 발표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구속 결정은 "발부 아니면 기각"이라는 양자택일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개 사건이 애매하면, 재판부가 고심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고민한 시간이 짧다는 건 사안이 비교적 명료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③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동부지검이 수사
유 전 부시장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동부지검이 맡았다. 애초에 대검찰청이 사건을 이곳으로 배당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동부지검 안에서는 가장 실력이 있다는 형사6부가 맡았지만,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왔다. 다들 검찰의 수사 의지가 없다는 분위기로 이해했다.

이 사건 수사가 8개월 이상 멈춰있으면서 그런 분위기는 기정사실화됐다. 지난달 본격적인 압수수색을 시작하기 전까지 검찰은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이 사건을 접수한 서울동부지검에서 좌천성 인사가 잇따랐다는 점도 '수사 의지 없음'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수사를 이끌었던 한찬식 검사장과 담당 부장이었던 주진우 형사6부장이 지난 인사에서 동시에 옷을 벗었다. "함부로 수사했다가 저 꼴을 면치 못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임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결국, 유 전 부시장은 구속됐다.
유 전 부시장은 기업들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지만, 이 사건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뒷돈 비리'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덮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민정수석은 조 전 장관이었다.
지난 2017년 10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은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제보받아 감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두 달 뒤 감사가 중단됐다. 조 전 장관 지시였다. 당시 민정수석 이었던 조 전 장관은 "비위 첩보 자체에 근거가 약하다고 보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구속 혐의 대부분은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중단시켰던 '그 비리 첩보 내용'과 일치한다. 당시 특감반에서 정리한 비리 첩보 문건에는 유 전 부시장에게 금품을 건넨 기업·기업인 이름과 함께 금품의 종류까지 정리돼있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인정한 혐의와 상당 부분 겹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확실한 근거가 있었던 비리를 '약했다'고 판단한 조 전 장관은 이제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였다"며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거나 공모했다는 걸 시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