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서 공부 열심히 했다"… 360명 울린 15억 사기 총책, '황당 감형'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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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가서 공부 열심히 했다"… 360명 울린 15억 사기 총책, '황당 감형'의 전말

2025. 12. 09 13:1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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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 필요하시죠?" 서민 등친 대포폰 사기단

총책 2심서 감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급전이 필요한 서민 360여 명을 울린 15억 원대 대포폰 사기 조직의 총책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그가 2심에서 6개월이 줄어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다소 의외다. 피해자 일부와 합의했다는 점 외에도, 그가 '대학에 진학해 성실히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양형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수많은 피해자가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내린 감형의 배경과 실제 그가 언제 사회로 나올 수 있는지 법적으로 뜯어봤다.


"휴대전화 개통하면 대출해 드립니다" 서민들의 절박함 노린 덫

사건은 202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총책 박 모(29) 씨가 이끄는 사기 조직은 인터넷에 '급전 대출', '무직자 대출'이라는 광고를 미끼로 던졌다. 당장 돈이 급해 판단력이 흐려진 서민들이 이들의 타깃이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신규 휴대전화를 개통해서 넘겨주면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였다. 피해자들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휴대전화를 넘겼지만, 돌아온 것은 빚더미였다. 박 씨 일당은 넘겨받은 휴대전화 약 900대와 유심 1,200개를 이른바 '대포폰'으로 유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당 휴대전화로 소액결제를 무차별적으로 실행해 총 15억 원을 가로챘다.


피해자는 무려 360여 명에 달했다. 범죄단체를 조직해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서민들의 고혈을 짠 악질적인 범죄였다.


피해자 360명 중 고작 22명 합의했는데… 법원은 왜 감형했나

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1부(김태균 원정숙 윤웅기 부장판사)는 범죄단체조직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 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5년보다 줄어든 형량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360여 명에 이르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아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질타하면서도 감형의 이유를 밝혔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박 씨가 1심이 끝난 뒤 피해자 22명과 추가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둘째, 그가 석방 후 대학에 입학해 성실하게 학업에 임하며 사회 복귀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360여 명의 피해자 중 단 6% 남짓한 인원과 합의했고, '공부'를 했다는 이유가 감형의 사유가 된 셈이다.


검찰은 박 씨가 챙긴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해 14억 9천여만 원의 추징금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이마저도 기각했다. 범행으로 얻은 '실질적인 이득액'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학 가면 감형? '학업'이 양형에 미치는 영향과 가석방 시점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대학생이 되었다고 형을 깎아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볼 때 이는 피고인의 '사회 복귀 가능성'과 '재범 방지 노력'을 평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판결의 법적 쟁점과 실제 박 씨의 출소 가능성을 법률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Point 1. 감형의 키워드: '피해 회복'과 '교화 가능성'


법원이 양형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피해 회복 여부다. 박 씨는 1심 이후 22명과 추가 합의를 했다. 대법원 판례(98다43922)에 따르면 형사합의금은 손해배상의 일부로 간주되므로, 비록 전체 피해자 대비 소수일지라도 법원은 이를 피고인의 '피해 회복 노력'으로 인정한다.


또한, '대학 입학 및 성실한 학업'은 양형 기준상 '개전의 정(뉘우치는 마음)'과 연결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 조직에서 이탈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사기 범죄 양형 기준상 조직적 사기이며 피해액이 5억 원 이상(제3유형)인 경우 원칙적으로 가중 처벌 대상이지만, 합의와 교화 노력이 감경 요소로 작용해 기본 영역 상단 혹은 가중 영역 하단인 4년 6개월로 귀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Point 2. 추징금 15억 원은 왜 기각됐나?


검찰의 14억 9천만 원 추징 구형이 기각된 이유는 '특정'의 문제다. 형법상 추징은 범인이 실제로 취득한 이익을 기준으로 한다. 박 씨가 총책이라 하더라도 15억 원을 혼자 다 가졌는지, 조직원들과 어떻게 나눴는지, 범행 비용으로 얼마나 썼는지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으면 재판부는 추징을 선고하기 어렵다. 이는 박 씨가 돈을 안 벌었다는 뜻이 아니라, 법적으로 '얼마를 토해내게 할지'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엄격한 증명 책임을 의미한다.


Point 3. 징역 4년 6개월, 언제쯤 나올 수 있나? (가석방 분석)


징역 4년 6개월이 확정된다면 박 씨는 언제 사회로 나올까. 형법 제72조에 따라 유기징역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박 씨의 경우 형기는 54개월이다. 산술적으로는 18개월(1년 6개월)만 복역하면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다. 만약 수사 단계부터 구속되어 있었다면 그 기간도 형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가석방은 형기의 60~80%를 채웠을 때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박 씨는 ▲범죄단체 총책이라는 중책을 맡았고 ▲피해자 대다수(약 340명)와 합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조기 가석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재판부가 인정한 것처럼 '대학 생활' 등 모범적인 수형 생활이 계속되고 추가적인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만기 출소보다 이른 시점에 사회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은 피해 회복을 위한 '돈(합의)'과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학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감형을 끌어낸 사례다. 하지만 수백 명의 피해자가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는 점에서, 법적 판단과 국민 정서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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