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구하다 '대포폰' 개통범 될 판…"태블릿 세팅해준다더니" 연락두절
알바 구하다 '대포폰' 개통범 될 판…"태블릿 세팅해준다더니" 연락두절
변호사들 "통신사 연락이 최우선, 즉시 경찰 신고하고 2차 피해 막아야"

취업이라 믿고 태블릿을 개통해줬더니,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폰으로 쓰이고 있었다. /셔터스톡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데이터 라벨링 재택근무 공고는 A씨에게 매력적인 기회였다. 지원 후 업체와 연락이 닿았고, 곧장 계약서 작성과 함께 통장 및 신분증 사본을 요구받았다. 정식 채용 절차려니 믿었다.
곧이어 업체는 "업무에 필요하다"며 A씨를 회유했다. 회사 지원금으로 태블릿 PC를 마련해준다는 것이었다. 다만 개통은 A씨 명의로 해야 한다고 했다. 업체는 "기기 세팅을 해서 2주 뒤 보내주겠다"고 약속했고, A씨는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약속된 2주가 지나도 태블릿은 오지 않았고, 담당자 번호는 줄곧 꺼져 있었다. 유령 회사에 개인정보와 통신요금 폭탄의 뇌관을 모두 넘겨준 뒤였다.
요금 폭탄보다 무서운 '이것'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가 전형적인 '취업빙자형 사기'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진짜 목적은 태블릿 기기 자체가 아니다.
오엔법률사무소 백서준 변호사는 "당장 태블릿을 해지해야 한다"며 "태블릿에 사용된 유심이 대포폰 유심으로 쓰여 보이스피싱에 이용되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개통된 기기가 범죄에 사용될 경우, 명의자인 A씨가 수사 대상에 올라 범죄 연루를 의심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한별 이주한 변호사는 "단순히 수사에 협조하는 것을 넘어, 본인이 명백한 피해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전적 피해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주한 변호사는 "통신요금·연체금·단말기 할부금 등 모든 채무가 명의자인 A씨에게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사기범에게는 돈 한 푼 쓰지 않고 기기를 탈취하고, 피해자에게는 요금 폭탄과 범죄 연루 위험을 떠넘기는 악질적인 구조다.
"이미 잠적했는데…" 골든타임 사수하는 방법
사기임을 깨달은 순간, 피해자가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할 곳은 경찰서가 아니다.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선(先) 통신사, 후(後) 경찰'이라는 행동 원칙을 제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명의로 된 태블릿 유심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손에 들어가 통화 버튼을 누르고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범인을 잡는 것보다 당장 쏟아지는 물줄기를 막는 게 우선"이라며 비유했다. 김 변호사는 "즉시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해 '명의도용 사고 접수'를 하고 모든 서비스를 중지시키는 것이 피해 확산을 막는 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사에 피해 사실을 알려 급한 불을 끈 뒤에는 곧바로 형사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A씨가 가진 계약서 사본, 사업자등록번호, 담당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통화 내역 등 모든 자료가 사기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다. 이 자료들을 모두 취합해 가까운 경찰서에 사기 및 명의도용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경찰에 신고하고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으면, 향후 통신사에서 명의도용으로 인한 요금을 면제받는 절차도 원활해진다.
내 신분증이 '금융사기 시한폭탄'이 됐다면
더 큰 문제는 이미 유출된 신분증과 통장 사본이다. 사기 조직은 이 정보를 이용해 대포통장을 개설하거나 또 다른 금융 사기를 저지르는 등 2차, 3차 범죄를 시도할 수 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엠세이퍼(Msafer, 명의도용방지서비스)에 접속해 본인 모르게 개통된 통신 서비스가 있는지 즉시 확인하고, '가입제한서비스'를 신청해 더 이상의 신규 개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의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해 추가적인 금융 거래를 차단하고, 신분증 재발급을 신청하는 것도 2차 피해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변호사들은 이 모든 조치를 가능한 한 빨리, 동시에 진행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