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의 '돈 없다'는 거짓말, 이사 후에도 지연이자까지 받아내는 법"
"집주인의 '돈 없다'는 거짓말, 이사 후에도 지연이자까지 받아내는 법"
이사부터 했다면? '이것'으로 대항력부터 지켜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의 악몽은 2025년 초 시작됐다.
2021년 3월부터 보증금 1억 원에 살아온 전셋집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A씨는 2025년 1월에 집주인에게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당시 A씨는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둔 상태였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2025년 3월 계약 만료일이 지났고, A씨는 집주인과 '5월에 돌려주겠다'는 1차 협의서를 작성하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5월이 되자 집주인은 약속을 어겼다.
A씨는 7월, '9월에는 꼭 주겠다'는 2차 협의서를 믿고 새 전셋집 계약까지 마쳤다. 하지만 9월, 집주인은 끝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9월에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본인의 주민등록도 새 주소지로 이전했다. 대항력 상실을 우려한 A씨는 가족 일부의 주소지를 기존 집에 남겨두었지만, 이것만으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을지 불안한 상황이다.
이사부터 했다면? '이것'으로 대항력부터 지켜라
A씨처럼 이미 이사를 해버린 절망적인 상황에서 보증금을 지킬 방법은 없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를 활용하라고 강조한다. 이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이사를 가더라도 기존 집에 대한 권리를 잃지 않도록 법원이 보장해주는 강력한 안전장치다.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집주인이 바뀌어도 새 주인에게 세입자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대항력’과, 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다른 빚쟁이들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한병철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명령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절차”라며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미 다른 곳으로 전입신고를 마쳤더라도 신청은 가능하다. 법무법인 도모의 고준용 변호사는 “계약자가 전입신고를 이전한 상태라도 임차권등기는 가능하다”면서도 “신청인은 반드시 전세 계약자 본인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주소지가 남아있다고 해서 가족 명의로 신청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못 받은 보증금에 '지연손해금'까지…집주인에게 받아낼 돈의 모든 것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누가 부담할까.
다행히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에는 수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에 따라 이 비용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등기 관련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로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청구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주인의 약속 파기로 발생한 손해, 즉 '지연손해금'까지 받아낼 수 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면 그 기간만큼 민법상 연 5%의 법정이율이 적용된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소장이 집주인에게 송달되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이율이 적용될 수 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다만, 집주인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범위에서 연 5%가 적용될 수 있다 (동법 제3조 제2항).
변호사 선임 비용은 조금 복잡하다.
임차권등기 절차만 변호사에게 맡긴 비용은 돌려받기 어렵다. 하지만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이기면, 변호사 비용의 일부를 '소송비용'으로 인정받아 집주인에게 물게 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해, 실제 지불한 수임료 전액을 돌려받기는 어렵다.
"일단 등기부터 하라"…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최악의 실수
전문가들이 A씨와 같은 세입자에게 공통으로 내놓는 첫 번째 해법은 ‘신속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다. 가장 흔히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는 ‘가족 중 한 명의 주소지를 남겨뒀으니 괜찮겠지’라고 안심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가족의 주민등록을 남겨두었더라도 임차인 본인의 주민등록 이전이 영구적이라면 대항력을 장담할 수 없다”며 임차권등기의 시급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임차권등기로 내 권리를 안전하게 확보한 뒤,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순서다.
예서 법률사무소 배재용 변호사는 “혼자 감당하기 벅찬 절차일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분명히 보증금을 회수할 길이 있다”며 “초기 단계에서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