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구리부터 전선, 마스크에 신문까지…절도범이 된 퇴사자들
8억 구리부터 전선, 마스크에 신문까지…절도범이 된 퇴사자들
회사 사정 잘 알아 범행에 유리
'퇴사자의 절도 사건' 11건 분석

퇴사자가 이전 회사를 상대로 절도 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어떤 사건들이며,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8월, 경기 파주의 한 공장에서 '구리 83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심야 시간대에 누군가 무단으로 침입한 뒤 구리 스크랩(금속 제품을 만들고 남은 금속 부스러기)을 훔쳐 간 것이었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절도범의 정체는 해당 공장에 8년간 근무했다가 퇴사한 A씨였다. 그는 공장 창업주가 15년간 구리를 모아온 점 등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공범들과 범행에 나섰다. 훔친 구리는 고물상에 7억 7000만원을 받고 팔았다.
당시 경찰이 나서면서 구리는 전부 압수돼 원래 있던 공장으로 옮겨졌다. 구리 판매금 일부도 압수됐다. 그러자 A씨는 공범을 시켜 재차 구리를 훔치려고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경찰에 붙잡혔다. 3차 범행까지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결국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그런데 A씨와 같이 퇴사자가 이전 회사를 상대로 절도 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어떤 사건들이며,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로톡뉴스는 퇴사한 직장에서 절도 행각을 벌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문을 분석했다. 대법원이 공개한 최근 2년 치 형사 판결문 중 절도와 퇴사가 함께 언급된 11건이다. 피고인은 총 12명으로, 퇴사자 2명이 함께 범행을 저지른 사건이 한 건 포함됐다.
이들은 A씨처럼 범행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었다. 근무하면서 익힌 내부 사정을 바탕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특히 퇴사 후에도 건물 출입에 필요한 보안카드나 열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범행에 수월했다.
적용된 혐의를 보면, 기본적으로 형법상 절도(제329조)와 야간건조물침입절도(제330조), 특수절도(제331조) 등이었다.
절도죄의 경우,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만약 야간에 회사 건물에 침입해 재물을 훔쳤다면, 그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야간건조물침입절도죄가 적용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특수절도죄는 2명 이상이 함께 재물을 훔친 경우 등에 적용되는데, 처벌 수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11건의 사건 중 중 대다수(8건)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 데 그쳤다. 여기에는 피해 금액이 가장 컸던 B씨 일당과 C씨 사건도 포함돼 있었다.
캠핑카 등을 제작하는 회사에 다녔던 B씨. 그는 퇴사한 다른 동료와 함께 캠핑카 부속용품 등을 훔쳐 온라인에 판매해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 이들은 공장에 침입해 캠핑용 어닝 등 시가 209만원 상당의 물품 등을 훔친 것을 시작으로 총 14회의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 금액은 총 4111만원. 2명이 함께 공모해 훔쳤기에 특수절도 혐의가 적용됐지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고려되면서였다.
C씨는 회사의 전선을 훔쳤다. 그는 퇴사 시 반납하지 않은 보안카드를 이용해 전 직장 케이블 창고에 몰래 들어간 뒤, 30회에 걸쳐 시가 2100만원 상당의 전선 303개를 훔쳤다. 이후 전선은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팔았다. 하지만 C씨가 피해를 배상했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선처받았다.

퇴사 전 미리 범행을 계획한 경우도 있었다. 회사 CC(폐쇄회로)TV의 위치를 미리 알아둔 뒤, 열쇠가 보관된 장소를 들락날락한 D씨. 그는 이 열쇠로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555만원 가량의 현금 등을 훔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 "엄중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D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고려됐다.
그 외에도 급여 문제로 불만을 품고 전 직장에서 1157만원의 현금을 훔친 퇴사자, 판촉용으로 보관 중이던 시가 750만원 상당의 마스크를 훔친 퇴사자 등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났다.
11건 중 2건은 벌금형으로 각각 50만원이 선고됐다. 신문보급소를 퇴사한 직원의 신문(시가 40만원) 절도 사건, 식당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직원의 현금 29만원 절도 사건이었다.
유일하게 선고유예가 선고된 E씨. 선고유예란 죄는 인정되지만 선고를 미룸으로써 2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선고 자체가 없던 일이 된다. E씨는 출근 당시 등록했던 지문으로 아직 출입문이 열린다는 것을 이용해, 총 7회에 걸쳐 현금 38만원 가량을 훔쳤다.
피해자와 합의는 하지 못했지만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라는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피해 금액을 초과하는 50만원을 변제한 점 등이 고려돼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선고유예를 통해 보다 원활한 사회적응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고유예를 판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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