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빌렸는데 빚이 1500만원"⋯공권력까지 악용한 '상품권 사채'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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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빌렸는데 빚이 1500만원"⋯공권력까지 악용한 '상품권 사채'의 비극

2026. 07. 08 13:1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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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거래 가장한 변종 불법 사금융 기승

돈 못 갚은 피해자들 도리어 '사기죄'로 허위 고소

상품권 거래로 위장한 불법 사금융 피해자가 초고금리 빚과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단돈 50만 원 안팎의 생활비를 빌렸던 30대 여성이 한 달 만에 1,500만 원으로 불어난 빚더미와 가혹한 불법 추심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온라인 상품권 매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경제적 취약계층의 고혈을 짜내는 이른바 '상품권 사채' 비극이다.


겉은 상품권 매매, 실상은 연 2만% '살인적 고리대금'


최근 기승을 부리는 상품권 예약 판매 혹은 상품권 사채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노린 변종 불법 사금융이다.


구조는 교묘하다. 돈이 필요한 채무자가 온라인에 상품권을 팔겠다는 글을 올리면, 사채업자가 현금을 먼저 보내주고 며칠 뒤 더 큰 금액의 상품권으로 갚게 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로엘 법무법인의 김형철 변호사는 8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해 "겉으로는 상품권 매매처럼 보이지만 실질은 돈을 빌려주고 초고금리 이자를 받게 되는 대부 거래"라며 "법은 계약의 이름보다 실제 내용을 보기 때문에 실질이 대부 거래라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가로챈 이자율은 상상을 초월한다. 50만 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75만 원 상당의 상품권으로 갚게 하면 연 이자율은 2,600%에 달한다.


30만 원을 빌려주고 50만 원을 요구하는 경우 연 이자율은 3,476%이며, 심한 경우 연 1만 8,000%에서 최고 2만 4,300%의 이자를 챙긴 사례도 존재한다.


현행법이 규정한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수백 배에서 수천 배 초과한 수치다.


피해자를 사기꾼으로 모함⋯공권력까지 가해 도구로


가장 악질적인 대목은 사채업자들이 돈을 갚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국가 공권력을 도구로 이용했다는 점이다.


일당은 상품권 거래 형식을 취했다는 점을 악용해, 채무자가 돈을 제때 입금하지 못하면 "돈만 받아 챙기고 상품권을 보내지 않았다"며 도리어 피해자들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실제로 경기 양주 사건에서는 업자에게 고소당한 채무자 중 일부가 법원에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는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에 구속된 사채업체 대표 A씨 역시 피해자 39명을 사기 혐의로 허위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A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3가지로, 미등록 상태로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해 이자를 받은 대부업법 및 이자제한법 위반, 허위 고소장을 제출한 무고죄, 그리고 욕설과 협박을 동원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법원 "고리 사금융 돕는 형벌권 발동 안 돼" 소신 판결


최근 광주지방법원 단독재판부는 상품권 예약 판매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사채업자들의 허위 고소에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른바 피해자들이야말로 대부업법·이자제한법 위반 소지가 높은 변칙적 고리 사금융을 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이들의 채권 추심을 도와주기 위해 국가형벌권까지 발동하는 것은, 궁지에 몰린 경제적 취약계층의 고혈을 빠는 고리 사금융을 더 열심히 하라고 국가가 권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엄중히 지적했다.


검사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무죄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법률적으로도 이러한 불법 계약은 보호받지 못한다.


김형철 변호사는 "지난해 7월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은 연 6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계약이나 폭행·협박 등 반사회적 방식으로 체결된 불법사금융 계약에 대해 이자 약정뿐 아니라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볼 수 있도록 했다"며 "이 경우 업자는 원금과 이자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고 이미 받은 돈도 돌려줘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유사한 상품권 사채 피해를 보고 있다면 당장 업자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송금 내역, 추심 전화 녹음 파일 등 증거를 확보한 뒤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이러한 변종 거래도 일반 불법 사금융과 동일하게 원스톱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 고소를 당했거나 판결을 받은 경우라도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무상 소송 지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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