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생일잔치 위해 '재롱' 떨어야 한 직원들, 손해배상 받을 방법 있다
회장 생일잔치 위해 '재롱' 떨어야 한 직원들, 손해배상 받을 방법 있다
쇼핑몰 직원들, 회장 생일잔치에 동원돼 장기자랑
회사 강요있어도 '강요죄' 적용하기 어려워
형사 처벌까진 힘들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압박 가능

한 쇼핑몰 회장의 생일 행사에 신입사원들이 강제로 동원돼 춤 공연을 펼쳤다는 것이 알려지며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MBC 캡처
"다시 한번 회장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만세 만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말쑥한 정장 차림의 직원 10여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머리엔 고깔을 썼고 얼굴엔 선글라스를 걸쳤다. 신나는 가요에 맞춰 몸을 흔든다. 엉덩이, 팔과 다리.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곳을 힘껏 움직이며 한 치의 오차 없이 춤을 췄다. 그 움직임에 직원들 목에 걸린 넥타이와 사원증이 앞뒤로 마구 움직였다. "만세"를 외치며 양손을 모아 하트 그림을 완성하며 춤은 끝난다. 동시에 "생신 축하" 문구가 새겨진 손팻말이 번쩍 들어 올려졌다.
회장은 직원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차분하게 박수를 쳤다. 지난 2018년 서울 구로구에 있는 쇼핑몰 '마리오아울렛'의 홍성열 회장의 생일에 있었던 일이다.
생일 영상을 공개한 직원들은 "회사가 강요한 재롱잔치였다"고 폭로했다. 생일행사에 강제로 동원됐으며, 이를 위해 퇴근 후 3주 동안 춤 연습을 해야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홍 회장 측은 직원들에 대한 강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자발적인 참여였다는 취지다.
생일 행사 강제 참여 등 갑질이 사실이라면 어떤 처벌이 가능할까. 또 갑질을 당한 직원들은 어떻게 대응하면 될지 변호사와 분석해봤다.
"못 하겠다고 말하면, 그 사람은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마리오 아울렛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사측에 항의해도 소용없었고 회사의 분위기상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요였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사측에 항의해도 소용없었고 회사의 분위기상 어쩔 수 없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MBC 캡처
이를 형법상의 '강요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강요죄가 입증되려면,
①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지시하거나 요구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고 (강요행위의 존재)
②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모종의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고지해 이로 인해 피해자가 두려워하는 상태였다고 입증돼야 하는데 (협박행위의 존재)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법률사무소 위너스의 이주윤 변호사는 "단순히 회사 내 전반적인 분위기가 참여를 거부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홍회장 등을 형사 처벌받게 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갑질에 대한 대응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갑질에 대해 민사소송으로 대응할 방법이 생겼다.
이주윤 변호사는 형법과 비교했을 때, 괴롭힘방지법에서 피해자가 입증해야 할 범위는 완화돼있다고 말한다. 이 변호사는 이번 생일잔치에 대해 "사진과 녹취 등을 통해 (갑질) 사실이 진실된 것임을 입증하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형법상 강요죄를 입증하는 건 상당히 엄밀한 요건이 필요하지만, 괴롭힘방지법을 입증하는 건 그보다 훨씬 느슨한 요건으로도 가능하다는 취지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가 있다.
피해자가 사업주 또는 사내 고충처리부서에 신고를 하거나, 아니면 고용노동부에 직접 신고하는 방식이 있다.
괴롭힘이 입증되면 피해자는 민법 제750조, 제756조에 따라 회사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이주윤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겐 사실상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장 효과적인 구제수단인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괴롭힘 금지법에도 부족한 점은 있다. 괴롭힘을 실시한 가해자를 형사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변호사들은 "피해자에게 신고를 받은 고용노동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용자에게 행정지도(근로감독)를 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 측은 “생일 공연을 홍 회장이 지시한 적이 없고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홍 회장 모임은 공적인 업무였고, 직원들이 스스로 준비해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 홍 회장의 생일잔치에서 직원들의 장기자랑은 볼 수 없을 예정이다. 2019년에는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 속 직원들은 마리오 아울렛의 지난 2018년 신입사원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