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미납 내용증명, '골든타임'을 놓치는 함정?
월세 미납 내용증명, '골든타임'을 놓치는 함정?
변호사들 '내용증명은 시간 낭비, 소송이 가장 빠른 길'
명도소송 골든타임 놓치지 않으려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월세 410만원을 체납한 임차인을 내보내려다 되레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임대인들이 흔히 첫 절차로 생각하는 '내용증명'이 오히려 시간을 지연시키는 덫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년 월세 계약을 맺은 지 고작 3개월 만에 월세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410만원이 쌓였습니다.” 한 임대인이 수개월째 월세를 내지 않고 버티는 임차인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A씨는 2023년 4월, 한 아파트를 2년 월세 계약으로 내줬다.
하지만 임차인은 계약 3개월 만인 그해 7월부터 월세 일부를 미납하더니, 2024년 2월부터는 아예 연락조차 피하며 월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난 연체액은 총 410만원에 달한다.
참다못한 A씨는 지난 2월 말, 임차인에게 4월 30일까지 집을 비워달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두 달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임차인은 묵묵부답이다. 결국 A씨는 법의 문을 두드렸다.
내쫓고 싶은데 '내용증명'이라는 첫 단추, 정말 맞을까?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내용증명'이었다.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하고 퇴거를 요청하기 위해 내용증명을 보내야 하는지, 보낸다면 얼마나 기간을 줘야 할지 막막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이 이미 임대차 계약 해지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고 진단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이 2기(두 달 치) 이상의 월세를 연체하면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연체액이 410만원에 달하는 A씨의 해지 사유는 명백했다.
문제는 절차의 '속도'였다.
변호사들의 일침 “내용증명은 시간 낭비, 소장이 곧 경고장”
놀랍게도 다수의 변호사는 '내용증명'이 최선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지금의 유헌기 변호사는 “법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라면 내용증명은 시간을 지연시킬 뿐”이라며 “소장(소송을 제기하는 서류)을 발송해 내용증명 기능을 같이 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용증명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범증의 안병준 변호사 역시 “이미 퇴거 요청을 무시한 임차인은 내용증명도 무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마지막으로 통화해보고 안 되면 바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시간을 버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경고'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골든타임'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보증금이 모두 소진되기 전에 소송은 시간과의 싸움
전문가들이 '신속한 소송'을 외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보증금' 때문이다.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에도 월세는 계속 밀리고, 이는 고스란히 보증금에서 차감된다.
만약 소송이 끝나기 전 미납 월세가 보증금을 넘어서면 임대인은 그 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진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남은 보증금이 많지 않을 것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보증금이 모두 소진되기 전에 판결을 받아내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긴박한 경고다.
따라서 변호사들은 집을 비워달라는 '건물 인도(명도) 소송'과 밀린 월세를 달라는 '차임 청구 소송'을 동시에 제기하라고 조언한다.
판결이 확정되면 법원 집행관을 통해 강제로 임차인을 내보내는 '강제집행' 절차도 밟을 수 있다. 법률사무소 세율의 오윤지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보내더라도 이는 소송에 첨부될 것을 전제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며 모든 절차가 결국 소송을 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내 집의 열쇠를 되찾기 위한 임대인의 법적 시계가 째깍거리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