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유골은 누구 것? '장남'에서 '남녀 불문 최연장자'로 기준 바뀌었다
아버지 유골은 누구 것? '장남'에서 '남녀 불문 최연장자'로 기준 바뀌었다
협의 없으면 최연장 자녀에게 승계
며느리와 시부모 다툼에도 "미성년 손녀 우선"

남편의 유골을 두고 본처의 딸들과 혼외자의 아들이 7년간 법정 다툼을 벌였다. 대법원은 “장남 우선” 원칙을 깨고, 본처의 장녀 손을 들어줬다. /셔터스톡
숨진 남편의 유골을 두고 벌인 본처와 혼외자 측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15년 만에 '장남 우선' 원칙을 깨뜨렸다. 제사 주재자를 정하는 기준을 바꾸면서 유골의 소유권 향방도 달라졌다. 30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이동연 변호사는 유골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짚었다.
본처의 두 딸 vs 혼외자의 아들, 1·2심 뒤집은 대법원의 새 기준
한 남성이 본처와의 사이에 두 딸을, 혼외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두고 2017년 사망했다. 이후 혼외자 측이 고인의 유해를 화장해 납골당에 안치하자, 본처와 두 딸은 유해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혼외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2008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골 소유권은 장남에게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3년, 15년 만에 이 판례를 변경했다. 이동연 변호사는 변경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남성 우선의 가계 계승 의미가 퇴색하고 고인에 대한 추모 의미가 중요해졌다. 둘째, 헌법상 평등 원칙과 양성평등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셋째, 2005년 "여성도 종중원이 될 수 있다"고 본 기존 판례와의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판례에 따라 제사 주재자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정해진다.
- 공동상속인 간의 협의
- 협의가 없을 시, 남녀·적서 구분 없이 가장 가까운 최연장 직계비속(자녀, 손주 등)
결과적으로 이 사건의 제사 주재자는 본처의 장녀가 됐고, 유해를 인도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동연 변호사는 "새로운 법리는 판결 선고 이후에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며 소급 적용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골도 법적으로는 '물건', 소유권은 '제사 주재자'에게
이러한 다툼이 가능한 것은 법원이 유골을 소유권의 객체로 보기 때문이다. 이동연 변호사는 "대법원은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사람의 유체·유골은 매장, 제사, 공양의 대상이 되는 유체물로 소유권의 객체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오직 제사 등의 목적 내에서만 관리·처분 권능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유권과는 다른 특별한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이 유골의 소유권은 제사 주재자에게 승계된다. 민법(제1008조의3)은 분묘 등 제사용 재산의 소유권을 제사 주재자가 갖도록 규정한다. 결국 유골을 둘러싼 분쟁은 '누가 제사 주재자인가'를 가리는 싸움이 되는 셈이다.
한 살배기 손녀가 제사 주재자?…며느리와 시부모의 다툼
유골 소유권 다툼은 또 다른 형태로도 나타난다. 부산에서는 사실혼 관계의 남편이 사망하자, 시부모와 며느리가 공동으로 유골을 봉안시설에 안치했다. 비용은 시부모가 모두 부담했다.
문제는 남편 사망 3개월 후 며느리가 딸을 낳으면서 시작됐다. 며느리는 인지 청구 소송(혼외 자녀가 친자 관계를 법적으로 확인받는 소송)을 통해 딸이 남편의 친생자임을 인정받았다. 이로써 딸은 망인의 유일한 상속인이자 제사 주재자가 됐다.
이후 며느리는 봉안시설에 요청해 "본인 외에는 유골함 칸을 열 수 없다"는 표찰을 붙였다. 아들의 유골함 옆에 꽃 한 송이 놓을 수 없게 된 시부모는 며느리를 상대로 유골함 소유권 확인 소송을 냈다. "손녀는 만 1세 유아에 불과하므로 우리가 실질적인 제사 주재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시부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으로 볼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만 1세의 딸이 제사 주재자이자 유골함 소유자라고 판단했다.
유골 분쟁, 어떻게 막을 수 있나
이동연 변호사는 유골 분쟁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사전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판례의 연장자 우선 원칙보다 공동상속인 간의 합의가 우선하므로, 미리 제사 주재자를 정해 합의서를 작성해두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실혼 관계라면 혼인 신고를, 그 사이 자녀가 있다면 인지 절차를 마쳐야 상속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