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북서부 교회들만 집중적으로 노린 '헌금함 킬러', 붙잡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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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 북서부 교회들만 집중적으로 노린 '헌금함 킬러', 붙잡고 보니⋯

2020. 12. 17 16:15 작성2020. 12. 19 12:28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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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북적이던 교회 노려⋯교인인 척 들어가 대담하게 헌금함 발로 깨

고시원 총무로 일하며 기초생활수급자가 어렵게 모은 '전 재산 700만원' 가로채기도

교회만 노려 절도를 벌인 전과 14범의 도둑이 붙잡혔다. 그는 대담하게 헌금함에 들어 있는 돈에 손을 대는 방식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셔터스톡⋅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지난해 여름 서울 북서부권와 경기 고양⋅파주 일대 교회들을 단체로 걱정에 빠뜨린 도둑이 하나 있었다. 그는 20일 동안 교회 7곳을 돌며 헌금함을 깨고 돈을 털어갔다.


교회를 찾은 도둑은 군더더기 없는 동선으로 돈을 챙겨 도주했다. 움직임은 고요했고, 교회에 머문 시간도 아주 짧았다. 일곱 차례나 범행을 반복했지만, 그를 보았다는 교회 관계자가 딱 한 명 나올 정도였다.


20일 동안 교회 7곳 돌아다니며 헌금 훔쳐⋯헌금함 부수고 돈 꺼내는 수법

지난해 7월의 어느 일요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교회 문이 신도들을 위해 활짝 열려 있었다. 예배를 드리러 오는 신도들 사이로 A씨가 섞여 교회에 들어갔다.


A씨는 곧장 대예배실로 들어가, 헌금함부터 찾았다. 신도들이 낸 헌금을 빼내기 위해 A씨가 택한 방법은 발차기였다. 냅다 헌금함을 걷어차서 부수었고, 거기서 현금을 꺼내 달아났다.


얼마 뒤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교회의 헌금함을 같은 방식으로 망가뜨렸다. 이번에도 교회의 중심인 본당에 있는 헌금함이었다. A씨는 주저 없이 발을 날렸고, 헌금함이 깨지면 거기서 나온 돈을 챙겨 빠져나갔다.


교회 문이 잠겨 있을 때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라도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 은평구의 한 교회가 그렇게 당했다.


문을 반복적으로 밀고 당겨 문을 연 A씨. 교회 안을 돌아다니던 그의 눈에 띈 건 교회 관계자가 사무실 책상 서랍에 보관해놓은 지갑이었다. 그는 시가 10만원 상당의 지갑과 현금 50만원이 든 지갑을 들고나왔다.


교회 신도들의 돈도 예외가 아니었다. 신도들이 의자 등에 올려놓은 가방을 열고 돈을 빼간 것이다. 백화점 상품권 1만원권 5장, 현금 3만원 등의 소액이었다.


한 번에 휴대전화 6대를 훔쳤을 때도 있었다. 당시 서울 강서구의 한 교회의 유치부실에 들어간 A씨는 그곳에 놓여 있던 신도들의 휴대전화를 몽땅 들고나왔다. 시가 365만원 상당이었다.


'헌금함 킬러' A씨가 범행 대상으로 삼은 교회의 위치. 서울 북서부 권역에 몰려있다.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헌금함 킬러' A씨가 범행 대상으로 삼은 교회의 위치. 서울 북서부 권역에 몰려있다.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고시원 총무로 있으면서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어렵게 모은 '전 재산' 가로채

겉으로 알려진 그의 직업은 고시원 총무였는데, 그는 이 일을 하면서도 범죄를 저질렀다.


그곳에 사는 B씨에게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나한테 현금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보관증을 써줄 테니 자신에게 맡기면, 필요할 때 조금씩 빼서 쓸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 말을 믿은 B씨는 전 재산 약 700만원을 맡겼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A씨는 돈을 챙겨 야반도주했다. 그가 갖고 도망친 700만원은 수급자인 B씨가 몇 년 동안 어렵게 모은 것이었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습절도범으로 과거 14차례 처벌받았지만, 이번에 15번째 범죄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상습절도범으로 드러났다. 이미 절도 혐의로 14차례 처벌받은 전과 기록이 있었다. 실형을 선고받은 적도 두 차례나 됐다. 모두 학교, 유치원, 교회 등 공공장소에 침입해 현금 등을 골라 훔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번 범행으로 또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A씨에게는 ①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정범죄가중법상 절도) ②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형법상 절도죄(제329조)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법이 적용된 이유는 과거 절도로 처벌을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상습 절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국진 부장판사)는 "불과 20일 만에 7차례나 같은 수법으로 절취 행위를 반복한 것"이라며 "상습성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큼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횡령은 타인(B씨)의 돈을 보관한다고 가져갔다가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적용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평생을 수형자로 지내고도 반성하지 않은 채, 여전히 손쉽게 재물을 탐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죄책이 지극히 무겁다"고 꾸짖었다.


이어 "누구나 영혼의 안식처로 삼을 수 있는 교회라는 신성한 공간을 제멋대로 드나들며 절도 생각을 반복했다"며 "고시원 총무로서 투숙객인 피해자 B씨의 신뢰를 악용했다"고 했다. 또한, 피해자들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뉘우치고 있다고 진술한 점은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았다. 피고인에게는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생계형 범죄"라는 점이 참작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

피고인의 항소로 지난 5월 항소심이 열렸다.


항소심이 1심과 달랐던 점은 피고인의 범행을 생계형 범죄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서울고법 제13형사부(재판장 구희근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범죄를 저지른 생계형 범죄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밖에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는 점은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았다.


그 결과, 피고인의 형량은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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