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싹둑…쿠팡 최소가 강제, 공정위 제재 가나
초저가 싹둑…쿠팡 최소가 강제, 공정위 제재 가나
'정당한 이유' 인정 여부가 법적 승패 가른다

쿠팡 배송차량 / 연합뉴스
쿠팡이 자사의 핵심 서비스인 '로켓그로스'와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최소 판매가 기준 정책'을 전격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거대한 파장이 일고 있다.
핵심은 3,000원 미만 초저가 상품의 신규 등록을 제한하고, 이미 등록된 상품도 기준 이하로 판매가가 내려갈 경우 판매 중지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이러한 조치가 "비정상적인 거래 방지"와 "판매자의 지속 가능한 판매 활동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원가 이하의 무분별한 상품 등록으로 인한 품질 불만, 환불 분쟁을 줄이고, 나아가 돈만 챙겨 '잠수'하는 악성 판매자의 사기 행위를 막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반품 상품에 대한 최대 100% 보상 등 판매자 손실 최소화 정책도 함께 개편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곧바로 '가격 통제'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쿠팡이 초저가 상품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테무,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C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소비자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격 결정권이 제한된 판매자들 역시 "쿠팡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며 법적 의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과연 이 정책은 플랫폼의 정당한 운영권일까, 아니면 시장을 왜곡하는 불공정 행위일까. 법률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이 거대한 갈등의 법적 쟁점을 파헤친다.
'최소 판매가' 강제, 공정거래법이 칼날을 겨누는 지점
쿠팡의 '최소 판매가 기준 정책'은 그 내용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법리적 핵심은 이 정책이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또는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 재판매가격유지행위 가능성: 공정거래법 제46조는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에게 거래가격을 정하여 그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쿠팡이 3,000원 미만 상품 등록을 시스템적으로 차단하고 최저가격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이 조항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
- 정당한 이유의 인정 여부가 핵심 반전: 다만, 공정거래법은 효율성 증대로 인한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경쟁 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큰 경우 등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예외를 인정한다. 쿠팡이 제시한 '비정상적 거래 방지'와 '판매자 보호'라는 명분이 법적으로 정당한 이유로 인정될지가 이 사건의 가장 큰 법적 쟁점이 된다. 만약 이 정책이 악성 사기 행위를 막고 플랫폼 품질을 높여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공정거래법 위반을 피할 수 있다.
- 판매자 사업활동 구속 여부: 또한, 쿠팡이 판매자의 가격 결정권을 제한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판매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건을 강제했는지 여부도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결국, 쿠팡의 정책은 선한 의도를 주장하지만, 그 방식이 판매자의 가격 자유를 침해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판매자는 쿠팡 정책을 무조건 따라야 할까? 생존을 위한 법적 대응 방안
쿠팡 마켓플레이스 판매자는 플랫폼 이용 계약에 따라 쿠팡의 운영 정책을 준수할 계약상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면 판매자가 이를 거부하고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방법이다. 판매자는 쿠팡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여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촉구할 수 있다. 다만, 조사 착수부터 최종 의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 손해배상 청구: 쿠팡의 정책으로 인해 3,000원 미만 상품 판매 불가 등 실질적인 손해를 입었다면, 공정거래법 제56조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판매자는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며, 공정위의 위법 판단은 소송에서 강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 약관 무효 주장: 정책 내용이 판매자 계약의 약관에 포함되어 있고, 이것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상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면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무효가 인정되면 해당 조항은 효력이 없어진다.
판매자는 정책 준수 여부를 놓고 계약상 의무와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 사이에서 신중한 법률 검토를 거쳐야 한다. 단독 대응이 어렵다면 다수의 판매자가 공동으로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법적 소송을 진행하는 공동 대응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초저가 전쟁의 풍선 효과: C커머스 이탈 가능성과 쿠팡의 미래 전략
쿠팡의 최소 판매가 정책 시행은 일시적으로 가격에 민감한 일부 소비자층이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C커머스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C커머스는 초저가 전략으로 한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C커머스의 성장이 저렴한 가격의 장점에 민감한 소비자 그룹에 집중되어 타 그룹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의 속도, 안정적인 품질 관리, 신속한 고객 서비스 등의 강점은 여전히 가격보다 품질과 배송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에게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쿠팡이 이 논란을 넘어설 해법은 '가격 경쟁력 유지'와 '플랫폼 품질 관리'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판매자의 출혈 경쟁을 막고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명분이 법적 정당성을 얻고, 동시에 소비자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쿠팡의 가격 통제 정책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게임의 룰'을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