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시술을 도수 치료로 둔갑…경찰, 사무장병원 등 보험사기 특별 단속
미용 시술을 도수 치료로 둔갑…경찰, 사무장병원 등 보험사기 특별 단속
경찰청, 2월 2일부터 보험사기 특별 단속 돌입

경찰이 보험사기 특별단속에 착수했다. 타깃은 개인이 아닌 전국 프랜차이즈처럼 운영되는 ‘기업형 사무장병원’이다. /연합뉴스
경찰청이 오늘(2일)부터 보험사기 특별 단속에 돌입했다. 이번 단속의 핵심 타깃은 단순한 '나이롱환자'가 아니다. 기업처럼 조직화되어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망을 뻗치고 있는 이른바 '기업형 사무장병원'이다.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윤명성 한국보험범죄학회장은 진화하는 보험사기 실태와 구멍 뚫린 감시망에 대해 적나라하게 털어놓았다.
동네 병원의 탈을 쓴 '기업'
과거의 '사무장병원'은 단순했다. 의사가 아닌 개인(사무장)이 면허를 빌려 소규모로 운영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윤 회장은 "최근에는 MSO(경영지원회사) 형태나 네트워크 병원처럼 기업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겉모습은 병원 경영을 돕는 컨설팅 회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거대 자본이 여러 병원을 프랜차이즈처럼 거느리며 수익을 지배하는 구조다. 자본이 피부과, 정형외과 등 여러 병원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어 조직적인 범죄 설계가 가능하다.
의사, 브로커, 환자의 '검은 삼각동맹'
기업형 사무장병원의 사기 수법은 치밀하다. 윤 회장은 이를 "병원, 브로커, 환자가 역할을 나누어 움직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가장 흔한 수법은 진료 기록 세탁이다. 환자가 피부과에서 미용 시술을 받았음에도, 서류상으로는 정형외과에서 도수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미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는 "보험 처리가 안 되는 시술을 보험금으로 받게 해주겠다"며 환자를 유혹한다.
충격적인 것은 환자 역시 피해자가 아닌 공범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윤 회장은 "알고 오는 환자가 대부분이라 공범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치료받은 환자가 또 다른 환자를 소개하면 진료비의 20~30%를 수수료로 챙겨가는 다단계 방식까지 동원된다.
부산을 뒤흔든 20억 사기극
윤 회장은 실제 사례로 2024년 부산에서 적발된 사건을 꼽았다. 해당 조직은 병원 한 층을 통째로 빌려 성형·미용 환자를 유치했다. 실제로는 미용 시술을 했지만, 서류상으로는 도수치료나 무좀 치료를 한 것처럼 꾸며 실손보험금을 타냈다.
이 사건으로 편취한 금액만 약 20억 원, 적발된 환자는 무려 800여 명에 달했다. 윤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보험사기 병원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송치한 사례"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새어 나가는 돈 10조 원... 적발은 고작 10%
문제는 우리가 적발해 낸 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윤 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민영 보험료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50조 원에 이른다. 학계와 업계는 이 중 약 10조 원이 보험사기로 새어 나가고 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2022년부터 매년 적발되는 액수는 약 1조 원 수준이다. 윤 회장은 "실제보다 10분의 1밖에 적발이 안 되고 있다"며 "나머지 10배 정도는 암수범죄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단속에 구멍 뚫렸다"... 대책은?
윤 회장은 경찰의 일시적인 특별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금감원 등 유관기관과의 상설 공조체제가 더 촘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 회장은 "현재 경찰은 의료 수사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다른 업무로 바쁘다"며 "병원 운영 구조를 잘 아는 건보공단에 수사권을 주면 단속 실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신고 포상금 제도의 현실화도 주문했다. 현재 신고 포상금 예산은 연간 총액 2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사기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윤 회장은 "포상금을 10배 이상 대폭 올려 내부 제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신도 공범이 될 수 있다... '수상한 병원' 구별법
마지막으로 윤 회장은 일반 환자가 사무장병원을 구별할 수 있는 팁을 공개했다. 다음 특징이 보인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 병원이 자주 개업하고 폐업하거나 의사가 자주 바뀐다.
- 의사가 아닌 상담실장(코디네이터)이 치료 방향을 주도한다.
- 치료 전 실손보험 가입 여부부터 묻는다.
- "나중에 보험금 타서 돌려주겠다"며 페이백을 제안한다.
이러한 제안을 받는다면 단호히 거절하고, 금감원이나 보험사에 신고해야 한다. 무심코 응했다가 범죄 연루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