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서가 왜 남에게 공개되나요?’ 법조계, 피의자신문조서 공개
‘내 조서가 왜 남에게 공개되나요?’ 법조계, 피의자신문조서 공개
고소인의 ‘알 권리’와 피의자의 ‘개인정보 보호권’ 충돌
법원의 최근 판단 경향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도대체 왜 남의 조서가 공개되나요? 제 모든 것이 담겨 있는데….”
자신이 고소당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 통보를 받은 A씨는 얼마 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고소인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자신의 피의자신문조서 공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모든 내용이 담겨 있어 무고함이 입증된다 해도 사생활이 노출될까 두렵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소인의 정보공개 청구권과 그 법적 근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이 된다. 형사사건의 불기소처분 기록 역시 정보공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소인은 자신이 고소한 사건의 진행 경과와 처분 결과를 알기 위해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피의자신문조서는 수사 기록이자 피의자의 진술이 담긴 문서이므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로 분류되어 비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고소인의 '알 권리'와 피의자의 '개인정보 보호권'이 충돌하게 된다.
개인정보는 가리고, 진술 내용은 공개하는 최근 법원의 경향
피의자신문조서 공개를 두고 법원은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하여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2년 판결(2011두16735)에서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기재된 피의자 등의 인적사항 외의 진술내용이 개인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인정되는 경우,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는 피의자신문조서 중 개인정보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를 인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식별정보를 가리고, 진술 내용만 공개하는 방식이다.
법원은 “그 공개로 인해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한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는 불기소처분으로 인해 피의자에 대한 추가적인 형사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소인의 권리 구제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피의자에게 남는 위험 무죄추정의 원칙과 방어권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조서 내용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서 내용이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의자가 자백한 내용이 포함된 경우, 그 피해는 더욱 커진다.
또한, '방어권' 행사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조서가 공개되면 피의자의 진술 내용과 수사 기관의 질문 방향이 노출되어, 향후 재판이 진행될 경우 효과적인 방어 전략 수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약화되는 것이다.
피의자신문조서의 공개는 불기소나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남긴다. 한번 공개된 정보는 온라인상에 영구적으로 남아 피의자의 사회적 평판과 인간관계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의자가 알아야 할 권리: 의견 진술과 변호인의 조력
피의자가 자신의 피의자신문조서 공개 요청에 직면했을 때, 무방비로 당할 필요는 없다.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은 피의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피의자는 이 기회를 통해 조서 공개로 인한 자신의 피해와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수 있다.
또한, 피의자는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변호인은 조서 공개 절차에 대응하여 비공개 사유를 주장하고, 피의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법원이 개인정보를 제외한 부분의 공개를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피의자와 변호인은 적극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식별화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