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에 살아있는 애벌레가 꿈틀…오히려 "잘못 없다" 손님에게 소송 건 식당 사장님
김밥에 살아있는 애벌레가 꿈틀…오히려 "잘못 없다" 손님에게 소송 건 식당 사장님
식당 주인 "손해배상 책임 없다"
법원 "위생관리 게을리한 과실 인정돼"
치료비와 위자료 전액 배상 판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출출한 오후, 포장해 온 김밥을 맛있게 먹고 있던 중 음식물 사이로 정체불명의 이물질이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했다면 어떨까. 그것도 다름 아닌 살아있는 애벌레라면 말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이 상황은 2023년 9월, 한 손님에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식당 주인의 대처는 더 황당했다. 사과와 배상은커녕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며 법원에 소송을 낸 것이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김진혜 판사는 한 음식점 사장 A씨가 손님 B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본소)을 기각하고, 오히려 B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반소)를 인용해 사장 A씨가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우리 김밥 먹고 탈 난 거 아냐" vs "살아있는 애벌레에 급성 장염까지"
사건의 발단은 2023년 9월 24일 오후 2시 35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님 B씨는 A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김밥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왔다. 약 1시간 뒤인 오후 3시 45분경 남자친구와 함께 김밥을 먹던 B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밥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애벌레를 발견한 것이다.
이후 B씨의 건강에는 직격탄이 떨어졌다. 다음 날 곧바로 내과를 찾은 B씨는 급성 세균성 장염과 급성 위염, 구토 등의 증세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식당 사장 A씨의 태도는 완강했다. A씨는 "해당 김밥으로 인해 식중독 증상이 발생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법원에 먼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 자신은 B씨에게 1원도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분노한 손님 B씨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B씨는 "살아있는 애벌레 자체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구토 등의 증세로 고통받았다"며 맞소송(반소)을 제기했다.
청구 금액은 진료비 5,100원, 진단서 발급비 2만 원에 위자료 50만 원을 더한 총 52만 5,100원이었다.
법원 "애벌레 발견 자체가 충격…위생관리 소홀 명백"
재판부는 손님 B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식당 주인의 주장을 반박하며,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의 무거운 책임을 강조했다.
> "취식하던 음식에서 애벌레가 발견되는 것 자체가 피고(손님)에게 충격을 주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식당 사장)가 식재료 선정, 조리, 보관에 대한 위생관리를 철저히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된다."
재판부는 ① B씨가 김밥을 구입한 지 불과 1시간 정도 지나 취식하던 중 살아있는 애벌레를 발견한 점, ② 김밥을 먹기 전에는 구토 등의 식중독 증상이 없다가 섭취 이후에야 병원 진료를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식당 측의 과실과 B씨의 피해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사장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A씨는 B씨에게 진료비와 위자료를 합친 52만 5,1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 역시 모두 사장 A씨가 부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