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정보 유출에 "진상" 모욕까지…의사 신뢰 무너진 환자, 법적 대응 방법은?
환자 정보 유출에 "진상" 모욕까지…의사 신뢰 무너진 환자, 법적 대응 방법은?
'정신적 피해' 위자료 청구 가능성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제가 귀신에 씌었었나 봅니다." 환자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유출하고도 사과는커녕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은 의사의 말이다. 믿었던 동네 의원 원장에게 진료기록을 유출당하고 '진상'이라는 모욕까지 당한 환자 A씨는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A씨와 그의 아버지는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얼마 뒤, A씨는 원장이 자신의 진료 내용과 엑스레이 사진 등을 제3자에게 무단으로 공개한 사실을 알게 됐다.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원장은 A씨 부자를 향해 "병원에서 난리를 쳤다", "진상이다"라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퍼뜨렸고, 심지어 A씨의 진료기록부에 버젓이 '진상'이라고 기재하는 상식 밖의 행동까지 저질렀다.
분노한 A씨는 원장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원장은 A씨 아버지가 과거에 소란을 피웠다고 주장했지만, A씨 아버지가 직접 따져 묻자 거짓말이었음을 시인했다.
이 대화는 고스란히 녹음되어 결정적 증거가 됐다. 결국 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는 경찰 단계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됐다.
벌금 300만원, 솜방망이 처벌 아닌가?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유출한 행위에 비해 벌금 300만원은 가벼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변호사들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면 통상적인 수준의 처벌이라고 분석했다. 이푸름 변호사(이푸름 법률사무소)는 "초범이거나 피해 범위가 제한된 경우 일반적으로 선고되는 수준"이라며 "특별히 선처를 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죄 안돼도 책임은 남는다…민사소송의 길
경찰이 명예훼손·모욕 혐의를 불송치했지만, 민사상 책임까지 면제된 것은 아니다. 형사상 범죄 성립과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은 별개의 잣대로 판단된다.
심규덕 변호사(법무법인 심)는 "경찰의 불송치 처분은 형사책임 인정 여부일 뿐, 민사상으로는 정신적 손해가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장이 허위 사실임을 시인한 녹음 증거는 인격권 침해를 입증할 유력한 자료"라며, 형사상 죄가 되지 않더라도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 청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검찰 주선으로 열린 합의 조정 자리에서 원장은 "몸이 안 좋았다", "귀신에 씌었다"는 기만적인 태도로 일관해 합의는 무산됐다.
A씨에게 더 큰 상처가 된 것은 그 이후였다. 원장이 오히려 A씨를 무고죄로 역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이 고소는 A씨에게 연락조차 오지 않은 채 각하됐다. A씨는 "의사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아직 치료가 필요한데도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며 깊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적반하장 '무고' 역고소, 상처에 소금 뿌린 대가
피해자를 거꾸로 고소했다가 기각된 원장의 무고 행위는 단순한 방어권을 넘어 또 다른 가해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이는 위자료 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푸름 변호사(이푸름 법률사무소)는 "피고인이 A씨를 상대로 무고죄로 역고소했다가 각하된 부분은, 고소가 악의적 보복 목적이었음이 명백하다면 별도의 위자료 청구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정보 유출과 모욕에 더해, 적반하장 격인 무고 행위는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킨 명백한 불법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A씨는 원장의 행위를 ▲개인정보 유출 ▲모욕적 언행(인격권 침해) ▲악의적 무고 행위 등 여러 개의 불법행위로 묶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위자료 액수가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 이상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묵 변호사(법무법인 창세)는 "정신적 손해와 치료 지연 등 2차 피해가 명확하다면 1천만원까지도 청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