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빈랑' 배달앱 점령⋯'죽음의 열매' 팔고 산 자들의 법적 책임은
1급 발암물질 '빈랑' 배달앱 점령⋯'죽음의 열매' 팔고 산 자들의 법적 책임은
중국서 퇴출당한 발암물질 '빈랑'
2년 전부터 국내 배달앱 통해 불법 유통

빈랑은 WHO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위해 식품으로, 국내 수입·유통이 금지돼 있다. /연합뉴스
늦은 밤, 배달 앱을 켜면 햄버거와 치킨 사이로 낯선 중국 식품들이 눈에 띈다. 그중에는 '허청톈샤빈랑(和成天下檳榔)'이라는 이름의 짙은 갈색 열매도 섞여 있다.
씹으면 처음엔 민트처럼 상쾌하지만 이내 혀가 마비되고 심장이 요동치는 이 열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빈랑'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구강암의 주범으로 꼽히며 최대 소비국인 중국 현지에서도 판매가 전면 금지된 이 열매가, 약 2년 전부터 한국의 배달앱을 타고 음성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수입과 유통이 전면 금지된 맹독성 열매가 어떻게 버젓이 거래될 수 있을까. 이 거래의 연결고리에 있는 플랫폼과 판매자, 그리고 구매자는 법의 심판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배달앱, 방조 혐의 처벌 가능
빈랑의 불법 유통 창구로 전락한 배달앱 플랫폼은 과연 책임이 없을까. 통상적으로 배달앱은 통신판매중개자로 분류되어 판매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엄격하다. 배달앱 플랫폼이 빈랑의 불법 판매를 인지했거나 모니터링 의무를 게을리해 방치했다면, 민법상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져야 한다. 타인의 불법행위를 돕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불법 유통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면 식품위생법이나 관세법 위반의 방조범으로 묶여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판매자는 최대 5년 징역형⋯구매자도 '알고 샀다면' 처벌 대상
빈랑을 팔아 이득을 챙긴 판매자는 무거운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빈랑은 구강암 유발 물질인 아레콜린을 함유해 식품위생법상 유통이 전면 금지된 위해 식품이다. 이를 판매하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기에 밀수 혐의가 더해진다. 정식 수입 신고 없이 국내로 들어온 빈랑을 판매 목적으로 취득하거나 운반했다면 관세법상 밀수품 취득죄에 해당해 3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판매자가 직접 밀수입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막대한 벌금형으로 껑충 뛴다.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를 본 구매자가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모두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면 호기심에 빈랑을 주문한 구매자는 안전할까. 원칙적으로 식품위생법은 판매자를 처벌할 뿐, 구매하거나 섭취한 행위 자체를 벌하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수사기관이 배달앱 결제 내역을 확보할 경우, 구매자 역시 관세법의 그물망에 걸려들 수 있다.
만약 구매자가 해당 빈랑이 정식 수입되지 않은 밀수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구매했다면 관세법상 밀수품 취득죄가 적용돼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