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폰에서 내 성관계 영상 발견… 증거 잡으려 몰래 봤다면, 나도 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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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폰에서 내 성관계 영상 발견… 증거 잡으려 몰래 봤다면, 나도 범죄자?

2025. 09. 19 11:3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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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이 찍힌 영상, 증거 확보하려다 비밀침해죄 처벌 우려

변호사 "정당방위 주장 가능"

연인의 휴대폰에서 불법 촬영물을 발견했더라도, 증거 확보 방식에 따라 피해자가 되레 법적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셔터스톡

가장 믿었던 연인의 휴대폰에서 동의 없이 촬영된 내 영상이 발견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명백한 불법 촬영 증거지만, 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몰래 휴대폰을 본 행위가 자칫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지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19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는 "타인의 휴대전화 내용을 몰래 보는 행위 자체는 비밀침해죄를 구성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불법 촬영물로부터 본인을 보호하려는 행위였다는 점에서 정당방위 주장을 통해 방어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불법 촬영 가해자가 피해자를 역고소할 경우, 이는 보복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다고 안수진 변호사는 지적했다.


피해자가 제출한 USB, 증거 효력 놓고 법원도 엇갈려

최근 불법 촬영 증거의 효력을 두고 대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한 여성이 전 연인의 USB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연인들의 불법 촬영물 수백 개를 발견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건이었다.


1심과 2심 법원은 "USB 파일의 실질적 주인인 가해자 A씨에게 포렌식 과정에서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으므로 해당 증거는 무효"라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기관이 디지털 증거를 분석할 때, 파일의 소유주인 피의자를 참여시켜 방어권을 보장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USB 파일의 사본을 제출한 주체는 피해자들이므로, 가해자인 A씨의 참여권이 반드시 보장될 필요는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피해자가 직접 확보해 제출한 증거의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이와 반대로 가해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다른 대법원 판례도 존재해,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결국 피해자는…징역 10개월 남긴 2019년의 비극

연인 간 불법 촬영 범죄는 유포 여부와 관계없이 촬영 그 자체만으로 성립하는 중범죄다. 안수진 변호사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촬영되는 순간 범죄가 성립하며, 유포 의사가 있었는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범죄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는지는 지난 2019년 순천에서 발생한 사건이 보여준다. 당시 마트에서 불법 촬영을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남성 A씨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던 동료 여직원들을 상대로 공용 탈의실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B씨는 경찰로부터 분리 조치가 될 것이라는 말을 믿고 출근했지만, 병원에서 가해자 A씨와 마주치는 상황을 반복해서 겪어야 했다. 극도의 불안감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B씨는 결국 두 달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해자 A씨에게 법원이 선고한 형량은 징역 10개월이었다.


지하철·야구장서 불법 촬영 목격했다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 범죄를 목격했을 때도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다. 안 변호사는 "주변에 '불법 촬영하는 것 아니냐'고 큰소리로 알리는 행위는 자칫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공격받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다. 신고를 통해 정식 절차에 따라 가해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야구장,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불법 촬영을 저지를 경우,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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