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선수 출신 입주민에 무차별 폭행당한 택배기사도 '폭행 가해자'로 입건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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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선수 출신 입주민에 무차별 폭행당한 택배기사도 '폭행 가해자'로 입건된 이유

2020. 05. 21 21:23 작성2020. 05. 26 16: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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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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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택배기사' 아파트 입주민에게 무차별 구타당해, 가해자는 복싱선수 출신

6분간 두들겨 맞았지만 '한 차례' 밀친 행위 때문에 쌍방 폭행으로 입건돼

변호사들 "택배기사의 정당방위 인정되려면 '밀친 시점' 중요"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 형제가 입주민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형은 갈비뼈에 금이 갔고, 동생은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채널A뉴스 캡처

택배 일을 함께 하던 형과 동생이 한 아파트 입구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두 사람이었지만 아마추어 복싱선수였던 아파트 입주민 한 명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형은 갈비뼈에 금이 갔고, 동생은 코뼈가 부러졌다. 6분간 이어진 주먹질의 결과였다.


두 사람을 때린 아파트 입주민은 당연히 경찰에 입건됐다. 상해 혐의였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얻어맞은 택배기사 한 명 역시 똑같이 입건됐다. 폭행 혐의였다. 입주민과 뒤엉키는 과정에서 한 차례 가슴을 밀었다는 이유로 택배기사는 상해 피해자이자 폭행 가해자가 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이른바 '쌍방 폭행'으로 처리했다. 양쪽이 다 폭력을 휘둘렀다는 소리다. 사건 현장을 찍은 CCTV를 돌려봐도 일방적으로 맞은 건 택배기사 쪽인데 왜 쌍방이라는 걸까. 폭행⋅상해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과 그 이유를 정리해 봤다.


변호사들 "쌍방 폭행 입건의 이유는 형법상 '폭행'의 범위가 넓기 때문"

변호사들은 경찰이 쌍방 폭행으로 사건 처리를 한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했다. 폭행 과정에서 '완벽한 피해자'가 아닌 한 쌍방으로 엮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법원이 인정하는 '폭행' 개념이 아주 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하지 않아도, 가슴을 밀친 것 정도로도 충분한 '형법상 폭행'이 될 수 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태림‘의 신상민 변호사, ‘법무법인 세현’의 조현정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태림'의 신상민 변호사, '법무법인 세현'의 조현정 변호사. /로톡DB


사건이 벌어진 지난 7일, 택배기사 형제가 입주민의 몸을 밀친 건 사실이다. 입주민도 경찰 조사에서 그렇게 진술했고, 경찰도 그렇게 보고 있다.


법무법인 태림의 신상민 변호사는 "택배기사 형제의 폭행죄 성립 가능성을 아예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주장대로) 입주민이 밀릴 정도의 유형력 행사가 있었을 경우 그렇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세현의 조현정 변호사도 "형이 입주민을 밀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폭행죄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당방위 인정되려면⋯ "형이 입주민 밀친 시점에 달려있다"

택배기사가 입주민을 밀친 행위가 처벌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건 '밀친 시점'이다. 이 시점에 따라 정당방위가 인정돼 처벌을 면할지, 그렇지 않아 처벌까지 받을지가 달려있다.


법률 자문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 변호사,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의 이제한 변호사. /로톡DB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 변호사,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의 이제한 변호사. /로톡DB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밀친 시점'이 ①"입주민의 구타가 시작된 다음"이어야 한다. 쏟아지는 주먹질을 막기 위해 상대방 몸을 밀쳤다면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② "구타가 시작되기 전"에 입주민의 몸을 밀쳤다면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렵다.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 변호사는 "형이 먼저 입주민의 몸을 밀쳤다면 정당방위가 되기 어렵다"며 "대법원은 정당방위 요건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의 이제한 변호사 역시 "형이 구타를 당하던 도중 밀친 것이었다면 정당방위로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 먼저 밀쳤다면 폭행죄가 맞는다"는 의견이었다.


정당방위 아닐 경우⋯ "기소유예 가능성도 있지만, 벌금 30~50만원형 예상"

보다 확실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입주민을 밀친 시점은 "구타가 시작되기 전"(②)이다. 그러므로 변호사들의 분석에 의하면 택배기사도 폭행 가해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실제 처벌은 어떻게 될까.


이제한 변호사는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이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형량은 "30~50만원 사이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변호사는 "입주민은 상해죄로 처벌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택배기사) 형이 기소유예로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쌍방 폭행'으로 입건되는 이상 양 당사자에 대한 처벌 균형이 고려돼야 하는데, 한 사람은 상해죄로 유죄를 선고하면서 다른 한쪽을 기소유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다만 신상민 변호사는 "만약 다른 전과가 없고, 행동 자체를 반성하는 경우 기소유예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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