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전체가 불법…8천만원 투자한 사장님, 계약 해지하고 돈 돌려받을 수 있나
주방 전체가 불법…8천만원 투자한 사장님, 계약 해지하고 돈 돌려받을 수 있나
변호사들 "명백한 임대인 채무불이행"
내용증명으로 계약 해제 통보하고 소송 준비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지난 8월, 부푼 꿈을 안고 음식점 운영을 위해 상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기존에 중국집을 운영하던 곳을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계약 당시 건물주와 부동산 중개인은 "주방 옆에 작은 창고가 불법건축물이니 그 부분만 철거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A씨는 이 말을 믿고 권리금 4000만 원, 보증금 2000만 원을 지급하고 약 2000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와 집기 구매까지 마쳤다. 문제가 된 창고도 철거했다.
하지만 구청에서 날아온 통보는 청천벽력 같았다. 창고가 아닌 주방 전체 약 8평 공간이 불법건축물이라 영업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음식점의 심장인 주방을 전부 철거하지 않으면 장사를 시작조차 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이미 들어간 8000만 원을 모두 날리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잘못된 고지, 계약 없던 일로…8천만원 전액 배상 가능할까?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계약 해제는 물론, 임대인과 중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임대차 계약의 핵심은 임차인이 계약 목적에 맞게 상가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 사건은 그 전제 자체가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며 "음식점 영업 허가가 불가능한 것은 계약 목적의 실현이 불가능한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배상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변호사들은 A씨가 지출한 비용 대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계약을 해제하고, 지급한 보증금, 권리금, 시설 투자비 전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임대인과 중개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권리금이다. 통상 권리금은 이전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돈이지만, 이번 사건처럼 임대인의 잘못으로 영업이 불가능해져 권리금 회수 기회를 잃었다면 임대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임대인의 귀책사유로 임차인이 계약 목적대로 사용하지 못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임대인이 그 권리금 상당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중개인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중개인은 계약 전 건축물대장 등을 통해 불법건축물 여부와 그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를 소홀히 해 "창고만 불법"이라고 잘못 안내했다면,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건물주와 함께 배상할 책임을 진다.
법무법인 선 김우중 변호사와 법무법인 클래식 오대호 변호사 모두 "중개인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증거 확보가 승패 가른다…내용증명이 첫 단추
이제 A씨에게 남은 과제는 법적 절차를 밟아 자신의 손해를 되돌려받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가장 먼저 증거를 확보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푸름 법률사무소 이푸름 변호사는 "임대차계약서, 권리금계약서, 각종 영수증, 구청의 확인서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계약 당시 건물주나 중개인과 나눈 대화 녹취나 문자 메시지도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증거가 준비됐다면 즉시 임대인과 중개인에게 계약 해제 의사와 손해배상 청구 의사를 담은 내용증명을 보내야 한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내용증명은 추후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가 되며,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