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오피스텔 여성 사망 사건, 항소심서 징역 4년… 자살방조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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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 오피스텔 여성 사망 사건, 항소심서 징역 4년… 자살방조의 한계

2026. 04. 22 10:2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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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에서 발견된 시신과 기묘한 동거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지난해 5월 경기 의왕시의 한 복층 오피스텔에서 22세 여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지난 4월 1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영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피스텔 주인 A씨(당시 32세)는 자살방조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최근 항소심에서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오피스텔 2층서 22세 여성 시신… 8일간 동거

사건은 지난해 5월 27일 접수된 15세 C양의 가출 신고에서 시작됐다.


경찰이 C양의 휴대전화 채팅 기록을 단서로 A씨의 오피스텔을 찾아 C양의 신변을 확보했고, 수색 과정에서 복층 2층 공간에 누워 있던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B씨는 시신이 발견되기 8일 전인 5월 19일부터 A씨의 집에 머물러 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과 투자 실패로 약 5,000만 원의 빚을 지고 연인과 헤어지면서 자살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SNS 오픈 채팅방에서 B씨를 알게 돼 함께 죽기로 약속했으나 자신이 잠든 사이 B씨가 혼자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장에서는 B씨가 쓴 유서 5장이 발견됐다.


로또 구매·가스통 환불 요구… 진술과 엇갈린 정황

수사가 진행되면서 A씨의 진술과 어긋나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A씨는 B씨의 사망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시각 이전부터 이미 C양과 채팅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집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범행 전후로 로또 복권을 구매하고 쿠팡에서 생필품을 주문한 사실, 체포 직후 압수된 가스통의 환불금을 이유로 소유권 포기를 거부한 사실도 확인됐다.


메시지 내용에서도 의심스러운 대목이 나왔다. A씨는 C양에게 "내가 직접 실행하면 살인이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두 피해자 모두에게 "나는 전문적"이라는 식으로 접근해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유사한 패턴도 드러났다.


자살방조냐, 위계에 의한 살인이냐

쟁점은 A씨에게 처음부터 진정한 자살 의지가 있었는가였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도와주거나 부추긴 경우(자살교사·방조죄, 형법 제252조 제2항)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반면 속임수로 상대방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경우(위계에 의한 살인 등, 형법 제253조)는 살인죄와 동일하게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훨씬 무겁게 처벌한다.


학설상 자신은 죽을 생각이 없으면서 '같이 죽자'고 속인 경우는 단순 자살방조가 아닌 위계에 의한 살인죄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A씨에게 애초에 자살 의지가 없었다는 점이 인정됐다면 후자가 적용될 수 있었던 사안이다.


1·2심 모두 '자살방조'… "의지 부재, 증명 어려워"

1심은 A씨에게 자살방조 및 미수 등 혐의로 징역 3년, 보호관찰 2년을 선고했다.


B씨가 직접 쓴 유서가 남아 있고 A씨가 자살 의지를 일관되게 주장하는 상황에서, 정황만으로 'A씨에게 처음부터 자살 의지가 없었다'는 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항소심은 1심이 무죄로 판단했던 실종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형을 징역 4년으로 올렸으나, B씨 사망과 관련된 자살방조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다.


"법정형 상향·양형기준 마련 필요"

전문가들은 자살방조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아직 자살방조죄 양형기준을 설정하지 않아 1년에서 10년이라는 넓은 법정형 범위에서 법관의 재량이 크게 작용하고, 피고인의 반성이나 치료 의지 같은 개인적 사정이 형량에 과도하게 반영될 여지도 크다.


법학계에서는 법정형 상한을 높이고, SNS를 통한 조직적 모집이나 심리적 지배를 통한 자살 부추김 행위를 단순 방조와 구분해 가중처벌하는 규정 신설, 구체적 양형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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