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동의안 가결' 이상직 의원의 입장문, 변호사들이 지적한 5가지
'체포 동의안 가결' 이상직 의원의 입장문, 변호사들이 지적한 5가지
헌정사상 15번째로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 가결된 이상직 의원
변호사들과 논란의 '입장문'의 문제점을 함께 분석해봤다

21일 회삿돈을 정치자금과 가족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해 이스타항공에 5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다. /연합뉴스⋅셔터스톡⋅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회삿돈을 정치자금과 가족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해 이스타항공에 5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그의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다. 이로써 그는 헌정사상 15번째로 국회가 체포 동의를 한 국회의원이 됐다.
표결을 앞두고 이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친서'를 보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가결을 막을 수 없었다. 오히려 딸의 '안전'을 위해 회삿돈으로 1억원 상당의 포르쉐 차량을 리스해줬다는 해명을 내놔 더 큰 비판에 직면했다. "횡령 금액은 모두 변제됐다"며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졌다.
형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에게 논란이 된 입장문 분석을 부탁해봤다. 그랬더니 "입장문에 담긴 주장은 법정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오히려 "이 의원에게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변호사들이 직접 빨간펜을 들고 입장문의 오류를 지적했다.
입장문 곳곳에 문제가 많았지만, 변호사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짚은 건 총 5군데였다.

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죄송한 마음"
변호사들은 인사말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이런 입장문을 밝힐 때) 제일 중요한 게 사안의 옳고 그름"이라며 "사안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밝히지 않으면 '아무튼 그냥 말이 많으니 사과할게'라는 뉘앙스로 읽힌다"고 했다.
② "딸아이는 사고를 당해도 비교적 안전한 차라고 추천한 9900만원 상당의 외제 차를⋯"
이번 입장문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다. 검찰은 이 의원의 범행이 이스타항공의 경영 부실로 이어져 직원 600명이 해고됐고, 임금 약 700억원이 체불됐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창업주인 이 의원의 딸은 '안전'을 위해서 회삿돈으로 포르쉐를 타고 다녔다는 게 이 의원의 해명이었다.
법무법인(유) 에이스의 옥민석 변호사는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로서 참작될 수는 있겠으나,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횡령⋅배임 등의) 범죄 성립 여부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도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했다.
③ "검찰이 횡령했다고 적시한 금액은 2017년 이전에 모두 변제됐다"
검찰은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항공과 계열사 6곳을 실소유하면서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의원은 "검찰이 횡령했다고 적시한 금액은 2017년 이전에 모두 변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류인규 변호사는 "애초에 왜 회사 자금을 사용한 것인지 경위가 나타나 있지 않다"며 "사적으로 빼돌린 게 맞다면 반성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반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있어야 할 설명이 없다는 취지였다.
"이런 설명이 없으면 '아무튼 원상 복구해놨는데 뭐가 문제야?'라는 태도로 비춰질 것"이라고 했다.
원상 복구를 했다 하더라도, 횡령 혐의가 사라지는 것 역시 아니다. 옥민석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횡령죄는 피해 금액을 모두 변제했다고 하더라도, 혐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다만, 감경요소로서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는 있다"고 했다.
법률 자문

④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상반된다"
이 의원은 검찰의 수사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에 상반된다"며 "여러 차례 소환조사, 압수수색 등에 성실하게 임해왔음에도 검찰이 구속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9일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옥민석 변호사는 "헌법상 죄의 경중과 상관없이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건 맞지만, 영장의 발부와 구속 역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평가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횡령⋅배임 금액이 500억원대로 크기 때문에 일반인이라면 진작 구속됐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횡령⋅배임 금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이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⑤ "선출된 공직자에 대한 검찰의 오만하고 자의적이며 폭압적인 탄압"
입장문에서 이 의원은 검찰을 수위 높은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자신을 "국민에 의해 선출된 공직자", "도주 우려가 없는 현역 국회의원"이라고 표현하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오만하고 자의적이며 폭압적인 탄압"이라고 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자신이 특권층이라는 것을 강조한 문장이라고 했다.
옥민석 변호사는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형사 처벌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오히려 "(이 의원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설현섭 변호사도 "이 의원은 형사소송법상 원칙(무죄 추정 원칙, 불구속 수사 원칙)들을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선출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건 국회의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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