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언 녹음, 익명 공개하면 명예훼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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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폭언 녹음, 익명 공개하면 명예훼손일까?

2025. 10. 28 16:1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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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변조·실명 비공개 시 '피해자 특정' 어려워 명예훼손 성립 힘들어... '공익 목적' 인정되면 처벌 피해갈 수도

경찰관과의 대화 녹음은 합법이며, 공개 시 음성 변조로 신원을 가리면 명예훼손 성립 가능성이 작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경찰 욕설 녹음파일, '익명'으로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될까?


경찰 조사 중 담당 경찰관에게 들은 폭언과 욕설. 시민 A씨는 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경찰관 목소리를 바꾸고 신원을 가리면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있을까.





목소리 바꾸고 이름 가리면 끝?…핵심은 '누구인지 알 수 있는가'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는 A씨의 계획처럼 경찰관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게 조치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형법상 명예훼손(제307조)은 불특정 다수에게 사실을 알려(공연성)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려야 성립한다. 즉, 녹음파일 속 인물이 누구인지 듣는 사람이 도저히 알 수 없다면 범죄의 첫 단추조차 끼워지지 않는 셈이다.


김민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린)는 "음성변조와 부서 비공개 등을 한다면 명예훼손이 성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 역시 "경찰관의 목소리를 변조하고 실명을 가림처리하여 게시하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대법원 역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678 판결)고 판시해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내 대화 내가 녹음'은 합법…대법원도 인정한 '자기 녹음권'


그렇다면 A씨가 경찰관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한 행위 자체는 문제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합법이다. 많은 이들이 타인 동의 없는 녹음은 무조건 불법이라고 오해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것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행위다.


A씨처럼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가 자신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근 대법원도 "대화의 당사자가 상대방 모르게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0도9370 판결)고 판시하며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A씨가 가진 녹음 파일은 그 자체로 법의 보호를 받는 증거인 셈이다.



만약 신원 특정돼도…'공익 위한 폭로'는 처벌 안 해


만에 하나 음성변조 등에도 불구하고 주변 정황상 경찰관의 신원이 특정돼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더라도 A씨에게는 마지막 '방패'가 있다. 바로 형법 제310조가 규정한 '위법성 조각사유'다. 공개한 사실이 진실이고,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특별 조항이다.


경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이며, 직무수행 과정의 적절성은 당연히 국민적 관심사다. 따라서 경찰관의 부적절한 언행을 공론화해 문제를 개선하려는 목적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원 역시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05. 14. 선고 2018가단235869 판결)고 밝힌 바 있어,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에게도 비슷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A씨의 '익명 폭로'가 법적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희범 변호사(라미 법률사무소)는 "언제든 고소를 당할 위험이 있는 행위"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공론화보다는 경찰청 감사관실이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공식 절차를 먼저 밟는 것이 더 실효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만약 공론화를 결심했다면 개인에 대한 비방이 아닌 제도 개선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신원 특정이 될 만한 정보는 철저히 가리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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