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면 계약 해제?"... 철석같이 믿은 '특약'에 계약금 수억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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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막히면 계약 해제?"... 철석같이 믿은 '특약'에 계약금 수억 날렸다

2025. 12. 04 11:22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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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 문턱 높아지자 '안전장치'로 특약 넣지만

법원 "단순 거절만으론 부족, 최대한 노력했어야" 엄격 해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주요 시중은행들이 연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걸어 잠그면서 '대출 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금 마련이 급해진 실수요자들은 2금융권으로 밀려나거나, 혹시 모를 대출 거절 사태를 대비해 계약서에 '특약'을 넣으며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이 안 되면 계약금을 돌려준다"는 특약만 믿고 덜컥 계약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법원은 매수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특약이 있더라도 계약금 반환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이러한 법적 리스크가 커지는 배경에는 최근 급격히 얼어붙은 금융권의 대출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1월까진 버텨라"... 굳게 닫힌 은행 문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이미 목표치를 30% 이상 초과했다. 이에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접수를 중단하거나 비대면 대출 창구를 닫는 등 고강도 관리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은 타행 대환대출과 일부 신용대출을 제한했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사실상 막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가계대출 총량 리셋이 되는 내년 1월까지는 대출 숨통이 트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말 급하지 않다면 한 달은 버티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당장 잔금을 치러야 하거나 이사를 가야 하는 실수요자들에게 '기다림'은 선택지가 아니다. 이들은 금리가 더 높은 보험사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 불안감을 느낀 매수인들은 매매 계약서에 '대출 불가 시 계약 무효'라는 특약 사항을 기재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특약이 대출 거절을 완벽하게 방어해 주는 '만능키'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내 건물 담보로만 대출받겠다"... 좁게 해석했다가 '낭패'

실제로 대출 불가 특약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거액의 계약금을 몰취당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원은 특약의 문구뿐만 아니라 매수인이 대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인 노력'을 했는지를 꼼꼼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례(2019가합582588)가 대표적이다. 매수인 A씨는 건물을 매수하면서 42억 원을 대출받기로 하고, 계약서에 '대출이 불가능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특약을 넣었다. 이후 A씨는 매수하려던 건물만을 담보로 대출을 시도했으나 은행으로부터 거절당했고, 이를 근거로 계약 해제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해당 건물 외에도 이미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 등을 공동담보로 제공했다면 대출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매수인이 금융기관에서 본인 소유 아파트를 공동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상담받은 정황이 있다"며 "특약이 오직 '매수할 건물만'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국 A씨는 잔금 지급 의무 불이행으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러한 법원의 엄격한 기준은 비단 A씨의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약 믿지 말고 '구체적 조건' 명시해야

이 판결은 단순히 대출이 거절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특약에 따른 해제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법원은 매수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 다른 금융기관을 알아보거나, 다른 담보를 제공하는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노력을 다했는지 엄격하게 심사한다. 수원지방법원이나 서울동부지방법원의 하급심 판례들 역시 매수인이 특정 은행 한 곳에서만 거절당했거나, 서류 제출 등 협조 의무를 게을리한 경우 특약 적용을 부정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해석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계약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특약 문구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대출 불가 시 무효"라고 뭉뚱그려 적는 대신, ▲대출을 실행할 특정 금융기관 ▲대출 금리 범위 ▲최소 대출 금액 ▲담보 제공의 범위(매수 물건에 한함 등)를 명확히 기재해야 분쟁을 피할 수 있다. 금융권의 대출 한파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섣부른 계약보다는 자금 조달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법적 안전장치를 꼼꼼히 마련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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