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폰 쓰면 안 들켜요" 불법 촬영 조장한 LG전자 광고, 왜 아무도 처벌은 안 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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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폰 쓰면 안 들켜요" 불법 촬영 조장한 LG전자 광고, 왜 아무도 처벌은 안 받죠?

2020. 05. 25 17:04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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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뒷모습 몰래 촬영하고, 들키지 않아 좋아하는 모습을 광고로 만들어 논란

"불법 촬영 조장한다" 비판에 결국 영상 삭제했지만, 이미 200만회 이상 조회

성범죄 장면 연출했지만, 왜 관련자들에게 법적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걸까

LG전자 폴란드 법인이 만든 휴대전화 광고가 자사의 카메라 기능을 알리는 예시로 '불법 촬영'을 내세웠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SNS 캡처

LG전자 폴란드 법인이 만든 휴대전화 광고가 뭇매를 맞고 있다. 해당 광고 영상은 LG전자가 내세우는 휴대전화 카메라 기능을 알리고 있지만 '불법 촬영'을 그 예시로 담았다. LG전자 휴대전화 카메라를 범죄에 이용하라는 메시지로 보일 수 있어 거센 비판이 쏟아진다.


논란이 일자 LG전자 측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하지만 법인의 공식 SNS 계정에 올랐던 영상의 조회수는 이미 200만건을 넘어선 상태였다.


홍보를 위해 도를 넘은 내용의 영상을 제작한 LG전자 폴란드 법인. 그 법적책임은 어떻게 될까.


계단 오르는 여성의 뒷모습 '찰칵'⋯논란의 불법 촬영 조장 광고

약 30초 분량의 광고에는 계단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등장한다. 한 노인은 이 LG전자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짧은 치마를 입고 계단을 오르는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찍고 있다. 하지만 '찰칵'하는 카메라 소리에 여성이 뒤를 돌아봤고, 남성이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실을 알게 됐다.


화가 난 여성은 남성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저장된 사진을 확인했지만, 이상하게 자신의 모습은 없었다. 휴대전화엔 남성의 셀카 사진만 있었던 것. 오히려 여성은 남성에게 사과하고 발길을 돌린다.


하지만 곧 노인은 휴대전화에서 여성의 다리가 찍힌 사진을 확인하고 쾌재를 부른다. "몰카를 들키지 않아 성공했다"는 듯한 제스처와 함께 영상은 끝난다. 카메라 전면과 후면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듀얼스크린'과 '펜타샷' 기능을 설명한 것이다.


광고가 나간 직후 LG전자 폴란드 법인은 "불법 촬영 조장"이라는 세계적 비난에 부딪혔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법인은 "(자사의) 정책과 기준에 맞지 않은 콘텐츠가 게시됐다"고 해명했다.


광고 영상과 관련된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 이유 세 가지

범죄행위를 담아 물의를 일으킨 광고물.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출한 영상이라는 이유에서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 '법무법인고원 수원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 '법무법인 고원 수원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 /로톡DB



이유 ① 연출한 가상의 상황이기 때문

법무법인 고원 수원분사무소의 이지영 변호사는 "(해당 영상은) 광고로서, 특정인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을 방조⋅교사했다고 볼 수 있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다. 따라서 "형사상⋅민사상 법적책임을 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델들이 가상의 상황을 연출한 것이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폭행 장면을 연출했다고 '폭행죄'로 처벌받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그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해도, LG전자 폴란드 법인과 LG전자 한국 본사, 영상에서 불법 촬영을 하는 노인 남성 모델 누구에게도 법적 책임은 없다. 여성 모델 또한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성우린 변호사도 "(광고 속 몰래카메라 장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1항에 해당하는 행위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것을 금지한다. 하지만 여성 모델은 사전에 광고 내용을 인지하고, 그것에 맞게 연기한 것이다. 즉 촬영 대상자인 여성 모델의 '의사에 반한' 행동이 아니어서 처벌이 안 된다.


제14조 2항에 따라 불법 촬영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한 경우(법인의 광고 게재)에도 처벌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연출한 상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유 ② LG전자가 성범죄를 지시한 게 아니기 때문

광고가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한 가지뿐이다. 성우린 변호사는 "폴란드 법인 측에서 남자 모델에게 성범죄를 교사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폴란드 법인장이 광고를 찍을 당시 남자 모델에게 성범죄를 지시해 아무것도 모르는 여성의 모습을 찍은 경우다. 그렇다면 남자 모델은 실제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되고, 이를 교사한 법인 또한 처벌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어느 나라 법에 의해 처벌받는 걸까.


성 변호사는 "가해 노인 남성과 피해 여성이 폴란드인이라고 가정했을 때,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폴란드법에 따라 이뤄진다"며 "만약 한국의 LG 본사가 영상 제작에 관여해 책임이 있더라도 폴란드법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몰래 촬영한 영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유 ③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없기 때문

불법 촬영을 조장했다고 비난받는 광고 영상. 하지만 실제로 그런 결과가 벌어졌다고 해도 이 또한 처벌은 불가능하다.


성우린 변호사는 "(해당 광고는) 휴대전화 기능을 보여준 것일 뿐 불법 촬영을 하라고 조장한 게 아니다"며 "설사 그런 의도였다고 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즉, 성범죄 장면을 담은 이번 LG전자의 광고는 도덕적 지탄은 받겠지만 그 누구도 관련해 법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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