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와 사고가 난 운전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들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와 사고가 난 운전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들
스쿨존 횡단보도 사고⋯처벌 수위 높은 '특가법' 적용될 듯
"처벌 원하지 않는다" 피해자 측의 의사에도⋯변호사들 "실형 가능성도 있다"

초등학교 근처를 지나다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난 A씨. 변호사들과 알아본 결과 혐의가 만만치 않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초등학교 근처를 지나던 A씨. 횡단보도가 초록 불이었지만, 분명 사람이 없었다.
이를 확인하고 천천히 핸들을 꺾던 A씨의 차에 누군가 '쿵' 하고 부딪혔다. 어린아이였다. 깜짝 놀란 A씨는 얼른 차에서 내려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아이는 "괜찮다. 그냥 가겠다"며 훌쩍 뛰어갔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여 마음이 놓였다. A씨도 다시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는데, 아무래도 찜찜했다. 전화번호라도 남겼어야 했을 것 같다. 이에 다시 그 장소로 돌아가 아이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그 아이를 찾지 못했고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얼마 뒤, A씨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그때 '그 사고' 때문이었다. 아이가 뒤늦게 병원 진료를 받았고, 3주 동안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피해 아이의 부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곧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는데 A씨의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우선 A씨가 받는 혐의는 만만치 않다. 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아이와 사고가 났기 때문에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적용은 확실하다.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 사고를 내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특가법 제5조의13에 따라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3000만원 사이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A씨가 차에서 내려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연락처를 물어보거나 본인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자리를 떠났기 때문에 뺑소니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뺑소니의 경우 특가법상 제5조의3(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따라 처벌된다.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A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다만, 뺑소니 혐의까지 받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 사고가 난 직후 아이에게 물어보고 "괜찮다"라는 답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뺑소니가 적용돼 더 큰 처벌을 받게 될까 무섭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안타깝지만 '뺑소니'에 해당한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는 "아이가 괜찮다고 해도, 사고가 발생한 후 연락처 등을 물어보지 않은 점은 뺑소니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주원의 박지영 변호사도 "현장을 이탈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참작 사유가 될 뿐이다"라며 뺑소니가 적용될 것으로 봤다.
여기에 혐의가 더 추가될 수도 있다고 본 변호사도 있다. 법률사무소 승인의 오승일 변호사는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교통사고처리법 위반도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교통사고처리법에 따르면,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변호사들은 "A씨에게 유리한 정황이 보인다"고 봤다.
법무법인 효현의 박수진 변호사는 "아이에게 여러 번 괜찮냐고 물어본 점, 30분 만에 다시 돌아와 아이를 찾은 점은 A씨에게 유리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지후의 민태호 변호사도 "다행히 피해자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은 유리한 정황"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유리한 정황에도 안심할 수 없다. 교통사고처리법은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지만, A씨는 그 예외사항이기 때문이다.
같은 법 제3조 제2항에 따르면,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와 뺑소니 등은 모두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된다.
이에 박지영 변호사는 "A씨의 경우 기소유예는 힘들고, 실형 가능성도 있다"며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최선일 것"이라 예상했다.
법무법인 명재의 최한겨레 변호사 역시 "최대한 방어한다면 집행유예가 나올 것"이라 했다.
지세훈 변호사도 "사고 직후 피해자를 따라가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한 점, 피해자 가족이 피고인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전과가 없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이 고려된다면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