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손님 돈 꿀꺽하고, 사장 돈 가불받고... 종로 호텔 지배인의 기막힌 먹튀
[단독] 손님 돈 꿀꺽하고, 사장 돈 가불받고... 종로 호텔 지배인의 기막힌 먹튀
숙박비는 내 통장에, 가불은 덤
호텔 발칵 뒤집은 지배인의 횡령 수법
![[단독] 손님 돈 꿀꺽하고, 사장 돈 가불받고... 종로 호텔 지배인의 기막힌 먹튀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64653242598902.jpg?q=80&s=832x832)
호텔 지배인이 손님 22명의 숙박비를 자기 통장으로 빼돌리고, 사장에게까지 사기 친 뒤 잠적했다. /셔터스톡
"제 개인 계좌로 보내면 할인해 드려요."
서울 종로의 한 호텔. 손님들은 호텔 지배인 A씨의 은밀한 제안에 솔깃했다. 숙박 앱 수수료를 아껴 싸게 해 주겠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 돈은 호텔 금고가 아닌 A씨의 빚 갚는 통장으로 직행했다.
호텔 지배인이라는 직함을 이용해 손님들의 숙박비를 가로채고, 심지어 사장에게는 거짓말로 가불금까지 챙겨 달아난 A씨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홍윤하 판사는 지난 1월 16일 업무상횡령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전직 호텔 지배인 A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배인의 은밀한 제안 "앱 말고 저한테 보내세요"
A씨는 2022년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지배인으로 일했다. 예약 관리부터 자금 관리까지, 호텔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는 이 '지배인'이라는 자리를 엉뚱한 곳에 이용했다.
그의 표적은 숙박 앱으로 예약한 손님들이었다. 앱에는 예약자의 연락처가 뜬다는 점을 악용했다. A씨는 손님에게 따로 연락해 "앱 예약을 취소하고 제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내주시면 더 싸게 해 드리겠다"고 유혹했다.
손님 입장에서는 할인 혜택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2022년 11월부터 두 달간 18명의 손님이 A씨의 개인 계좌로 숙박비를 보냈다. 금액은 총 465만 5천 원. 이 돈은 고스란히 A씨의 생활비와 빚을 갚는 데 쓰였다.
A씨의 대담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호텔 카운터로 직접 찾아온 손님들이 낸 현금 숙박비도 슬쩍했다. 2023년 1월, 3일 동안 4명의 손님이 낸 현금 217만 3천 원도 그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열심히 일할게요" 가불받고 바로 '잠적'
횡령으로도 모자라 A씨는 사장님까지 속였다. 2023년 1월 12일, 그는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급한 일이 생겨서 돈이 좀 필요하다. 가불해 주시면 정말 열심히 일하겠다"며 읍소했다.
사장은 지배인을 믿고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총 300만 원을 A씨 계좌로 보내줬다. 하지만 A씨에게 열심히 일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이미 손님 돈을 횡령한 뒤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불금은 그저 도피 자금일 뿐이었다.
결국 A씨는 숙박비 횡령액 680여만 원과 가불 사기금 300만 원, 총 1,0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챙겨 잠적했다.
"반성한다" 했지만... 재판부는 실형 선고
법정에서 A씨는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들을 위해 형사공탁금 900만 원도 걸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엄격했다.
홍윤하 판사는 "피고인은 호텔 매니저로 입사한 지 4개월 만에 직무수행의 기회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A씨는 과거에도 재산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재판 과정에서의 태도가 문제였다. A씨는 선고 기일에 반복해서 무단으로 나오지 않는 등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들 역시 A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었다.
결국 재판부는 "피해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고 일부 피해 회복이 이루어진 점은 유리한 정상이지만, 피고인의 범행 수법과 전력, 재판 태도 등을 고려하면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참고]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고단2749 판결문 (2025. 1. 16.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