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1명 극단적 선택" vs. "피해자 13명과 합의"⋯대구 스타강사 항소심 쟁점
"피해자 1명 극단적 선택" vs. "피해자 13명과 합의"⋯대구 스타강사 항소심 쟁점

정신을 잃은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그 영상을 촬영해 유포한 '대구 스타강사'의 피해자 중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정신을 잃은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그 영상을 촬영해 유포한 '대구 스타강사' 전모(37)씨. 검찰은 지난 9일 "전씨에게 징역 20년을 내려달라"고 항소심(2심) 재판부에 요구했다.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이 나왔다는 점에서 볼 때 이례적으로 높은 구형량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전씨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이 가장 부각됐다. 검찰은 이날 대구고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올해 초 피해자 중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피고인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며 "피해자 아버지도 엄벌을 탄원했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진 후 "범죄 피해자를 자살하게 한 전씨에게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과거 유사한 판결문을 분석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지난 2015년 40대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직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여성 사건이 대표적이다.
필리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남성 A씨는 지난 2014년 3월 이웃처럼 지내던 피해자 B씨(당시 25세)와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러다 A씨는 B씨를 성폭행했고, B씨는 사건이 벌어진 지 48시간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다"며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는 2년 6개월로 형을 줄여줬다. 절반으로 깎아준 셈이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 B씨가 유서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범행으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은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A씨가 항소심에 이르러서 범행을 자백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 측과 합의를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구 스타강사' 전씨는 정신을 잃은 여성 4명을 대상으로 성폭행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26차례 촬영하고, 5차례 이상 친구들에게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만난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로톡뉴스 확인 결과, 전씨는 자기 집 화장실 등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계획적으로 여성들의 민감한 사진⋅영상을 확보했다. 검찰이 확보한 전씨의 개인 컴퓨터에서는 900GB(기가바이트) 분량의 불법 촬영물이 나왔는데, 전씨는 폴더별로 나눠 촬영물을 세세히 분류해 저장했다. 이 중 일부를 유포한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온라인 성폭력 피해 실태 및 피해자 보호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영상이 유포된 피해자 45.6%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중 42.3%는 "구체적인 자살 계획까지 세웠다"고 답했고, 19.2%가 실제 자살 시도를 했다.
통계에서 나타나듯 전씨에게 당한 피해자들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실제로 한 사람이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1심에서 변호사 9명으로 이뤄진 초호화 변호인단으로도 징역형을 막지 못한 전씨. 항소심에서는 대구 지역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내세웠다.
그는 영남 지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왔고 30여년의 판사 생활을 하는 동안 대구지법과 대구고법에서 29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대구지법 판사, 대구고법 판사, 대구지법 부장판사, 대구고법 부장판사를 모두 거친 대구 지역 법조계에서 영향력 강한 인사다.
이 변호사는 지난 9일 열린 재판에서 "15명의 피해자 가운데 13명과 합의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유족들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형 사유인 '피해자와의 합의' 그리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달성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구도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재판에서 치열하게 맞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측은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①계획적 범행이고 ②피해자가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느꼈으며 ③5인 이상 다수 피해자 대상 계속적·반복적 범행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최대한 무거운 형량을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은 "전씨가 매우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과 "피해자 대부분과 합의를 했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