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서 규칙 어긴 사람 신고했을 뿐인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규칙 어긴 사람 신고했을 뿐인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없는 '비공개 신고'는 명예훼손 성립 안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커뮤니티 규칙을 어긴 사람을 신고했을 뿐인데, 되레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습니다.”
선량한 마음으로 커뮤니티 규율 위반을 신고한 이용자 A씨가 겪은 일이다.
A씨는 자신이 활동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규율을 위반한 B씨를 발견하고, 정식 신고 시스템을 통해 운영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것은 포상이 아닌 ‘피고소인’이라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운영자가 신고자인 A씨의 신원과 신고 내용을 B씨에게 그대로 전달했고, B씨는 이를 근거로 A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심지어 B씨는 다른 대화에서 자신의 위반 사실을 인정한 적이 있음에도 A씨를 범죄자로 몰아세웠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A씨는 결국 신경정신과 진료까지 받게 됐다. 공익을 위한 신고가 어떻게 개인을 위협하는 칼날로 되돌아올 수 있었을까.
내부 신고가 명예훼손?…'공개성' 없으면 처벌 불가
변호사들은 A씨의 행위가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이 핵심 요건인데, A씨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아닌 운영자에게만 비공개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신고 내용이 제3자에게 공개되지 않고 운영자 개인에게만 전달되었다면,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 가능한 상태를 뜻하는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스스로 위반 행위를 인정한 사실이 있다면 신고 내용은 ‘허위 사실’에도 해당하지 않아 명예훼손죄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형법 제310조 역시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커뮤니티 질서 유지라는 공익적 목적의 신고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음을 명시한 조항이다.
신고자 등 뒤에 칼 꽂은 운영자, 법적 책임 없나
이번 사건의 발단은 운영자가 신고자의 신원을 무단으로 유출한 데 있다. 변호사들은 운영자의 행위가 명백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고자의 아이디, 이름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법의 보호를 받는 개인정보이며, 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법률사무소 장우 이재성 변호사는 “신고자 보호는 커뮤니티 운영의 기본 원칙”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자 신상을 공개한 것은 개인정보 목적 외 이용·제공 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운영자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신고하고, 정보 유출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적반하장 고소, '무고죄'로 맞설 수 있나
A씨는 자신을 고소한 B씨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B씨가 자신의 위반 사실을 알면서도 A씨를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고소했다면, 이는 ‘무고죄’에 해당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유 박성현 변호사는 “B씨가 사실에 근거한 신고를 허위로 몰아 고소한 것이라면 무고죄 성립 여부도 검토 대상”이라며 “현재 보유한 신경정신과 진료기록 등은 B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일부 변호사들은 무고죄가 상대방의 ‘악의’를 입증해야 해 쉽게 인정되지 않는 만큼,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