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140m 빌딩, 법 피하려 서울시 조례까지 삭제했나…세계유산 취소 위기
종묘 앞 140m 빌딩, 법 피하려 서울시 조례까지 삭제했나…세계유산 취소 위기
서울시, 세운4구역에 140m 고층빌딩 계획 변경
국가유산청 "강력 반대"
전문가 "유산 가치 하락" 경고

세운상가에서 본 종묘 공원과 종묘 모습. /연합뉴스
1995년 대한민국이 최초로 등재한 세계유산 종묘가 고층 빌딩에 가로막혀 그 가치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가 종묘 담장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을 변경해, 기존 높이 제한(71.9m)의 두 배에 달하는 최고 140m짜리 빌딩 건축안을 추진하면서다.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강동진 경성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으로 '서울시 조례 삭제' 문제를 지목했다.
서울시 "180m 밖이라 법적 규제 대상 아니다"
갈등의 핵심은 '세계유산법'과 관련 규정의 해석이다. 현재 서울시는 "해당 구역이 종묘 경계 180m 밖에 위치해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강동진 교수는 과거 서울시가 스스로 만들었던 조례를 근거로 이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강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 당시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설명하는 문구 안에, 현대 도시 개발로 인한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 때문에 서울시 조례 안에도 '완충구역 바깥이라 할지라도 (유산에) 영향이 있으면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최근 이 조례를 스스로 삭제했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서울시가) 최근에 해당 조례를 자체 삭제를 해버렸다. 그리고 이것을 강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진행자인 김종배 평론가가 "이걸 허가해 주기 위해서 조례안을 삭제했다, 이렇게 해석해야 되는 거냐"고 묻자, 강 교수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강 교수는 "굳이 이곳을 조례까지 삭제하면서 무리하게 강행해야 되는 이유가 저 또한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유산영향평가 받아야"…거부 시 등재 취소 가능성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평가는 세계유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발 행위 정도를 파악해 보존과 개발이 공존하는 방안을 찾는 법적 절차다.
강 교수는 "결과보다는 논의를 풀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상호 간에 절충을 위한 상생적 합의를 도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이 평가를 거부하고 개발을 강행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취소다.
강동진 교수는 "그게 문제가 되면 유네스코에서는 위험유산 리스트에 올리고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게 된다"며, "만약 해소가 되지 않고 끝까지 간다면 결과적으로 취소(해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사례도 존재한다. 강 교수에 따르면, 2009년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이 교량 건설로 인해 해제됐고, 2021년에는 영국 리버풀이 주변 개발 프로젝트를 강행하다가 결국 등재가 취소됐다.
강 교수는 "종묘는 백악산에서 내려오는 산줄기와 결합된 거대한 단지 형식의 유산"이라며 "높은 건물 개발로 인한 '왜소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단순한 경관 문제를 넘어 유산 자체의 가치 하락 문제"라고 거듭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