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슬리퍼 출근', 징계 운운하는 회사는 '위법'일 수 있습니다
폭우 속 '슬리퍼 출근', 징계 운운하는 회사는 '위법'일 수 있습니다
"예의 없다"는 상사의 지적, 법적으로는 타당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폭우가 쏟아져 슬리퍼를 신고 출근했더니, 상사에게 '예의가 없다'는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회초년생의 하소연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흠뻑 젖은 신발이 사무실에서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것보다 슬리퍼가 낫지 않냐는 글쓴이의 물음에, "예의가 아니다"와 "상관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렇다면 법의 시선은 어떨까. 회사는 폭우 속 슬리퍼 차림을 이유로 직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가 이를 문제 삼아 징계할 경우 오히려 '부당 징계'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회사의 '복장 규정', 무소불위 권한 아니다
회사는 일반적으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에 따라 직원의 복장에 대한 규정을 둘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93조는 사용자가 복무규율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명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법원 역시 업무의 성격이나 직무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복장 규제는 정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회사의 권한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다. 복장에 대한 선택은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인격권 및 개성 실현권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장 규정은 업무상 필요성이 뚜렷하고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폭우'라는 특수 상황…'안전'이 '예의'보다 우선
'폭우'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천재지변에 준하는 비상상황으로 봐야 한다.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회사의 복장 규정보다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안전배려의무'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오히려 회사가 젖은 신발을 신고 하루 종일 근무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근로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젖은 신발로 인한 발 질환이나 불쾌한 냄새가 사무실 전체의 근무 환경을 해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폭우 속 슬리퍼 착용은 근로자의 안전과 쾌적한 근무환경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만약 회사가 취업규칙에 명확한 근거도 없이 슬리퍼 착용을 문제 삼아 시말서 제출, 감봉 등의 징계를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징계 사유 정당성이 부족하고, 위반 행위에 비해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 부당징계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론적으로, 상사의 지적은 개인적인 아쉬움의 표현일 뿐 법적 근거를 갖기는 어렵다. 폭우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는 경직된 규칙을 내세우기보다, 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하는 유연한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법의 정신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