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놓여도 여전히 '섬 추가배송비'…12곳은 없앴는데 쿠팡만 "당장은 어려워"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다리 놓여도 여전히 '섬 추가배송비'…12곳은 없앴는데 쿠팡만 "당장은 어려워"

2025. 09. 24 15:2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전자상거래법상 기만적 소비자 유인 해당

공정거래법 지역 차별취급 위반 소지도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 섬 주민들에게 쿠팡 등 온라인몰이 ‘도서지역 추가 배송비’를 받아온 사실이 공정위 점검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다리가 놓여 육지가 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전남 신안군 주민 A씨는 온라인 쇼핑을 할 때마다 여전히 '섬사람' 취급을 받는다. 1~2만원짜리 티셔츠 한 장을 주문해도 "도서 지역"이라며 적게는 3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의 추가 배송비가 붙기 때문이다. A씨는 "다리가 있는데 왜 뱃삯을 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A씨와 같은 연륙섬(육지와 다리로 이어진 섬) 주민들의 불만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움직였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 점검 결과 쿠팡, SSG닷컴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 13곳이 연륙섬 39곳에 부당하게 추가 배송비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대부분 업체가 시정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쿠팡만 유일하게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며 여전히 추가 배송비를 받고 있다. 쿠팡의 행위는 소비자를 속이는 기만행위이자 합리적 이유 없는 지역 차별에 해당해 법적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


배는 안 뜨는데 뱃삯 청구? 명백한 소비자 기만

연륙섬 추가 배송비의 가장 큰 법적 문제는 실제와 다른 정보로 소비자를 속였다는 점이다. 다리가 놓여 육로 배송이 가능해지면 선박 운송 등에 따르는 추가 비용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도서 지역과 동일한 추가비를 부과한 것은, 사실상 제공하지도 않는 서비스 비용을 청구한 셈이다.


이는 전자상거래법이 금지하는 기만적 방법을 사용한 소비자 유인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우리 법원(대법원 2012두1815 판결)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만으로도 기만 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연륙섬에 추가 배송비를 부과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이곳은 배송이 더 어렵고 비싸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서울고등법원은 "상품 가격, 배송비 부담 여부"를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로 판단한 바 있다(2011누24127 판결). 즉, 투명해야 할 배송비 정보를 왜곡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자율' 권고 무시한 쿠팡, 다음 수순은

공정위는 적발된 13개 업체에 추가 배송비를 받지 말라고 '자율시정'을 권고했다. NS쇼핑, SSG닷컴 등 12개 업체는 이를 이행했지만 쿠팡은 유일하게 버티고 있다.


'자율'이라는 단어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 시정권고는 공정위가 본격적인 법적 제재를 가하기 전 주는 마지막 기회에 가깝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공정위는 정식 조사에 착수해 강제성을 띤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위반사실 공표명령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쿠팡이 계속해서 시정을 거부한다면 공정위는 해당 행위를 중지시키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마저도 어길 경우, 관련 매출액의 2% 이하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같은 우편번호, 다른 배송비…합리성 없는 지역 차별

쿠팡 측은 "연륙지역과 도서지역이 한 우편번호에 혼재된 경우가 있어 일괄 시정이 어렵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오히려 차별 근거가 될 수 있다. 같은 우편번호를 사용하는 지역 주민임에도 단지 행정구역상 섬이라는 이유만으로 추가 비용을 내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지역에 따라 현저히 불리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행위', 즉 불공정거래행위 중 차별취급에 해당할 수 있다. 다리로 연결돼 배송 여건이 사실상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 소비자에게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명백한 차별적 조건이다. 헌법상 평등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


수천 원 배상, 소송은 배보다 배꼽…현실적 해법은

피해를 본 주민들이 배송비를 돌려받기 위해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피해액이 건당 수천 원에 불과해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런 소액 다수 피해 사건에서 소비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다.

  • 집단분쟁조정: 한국소비자원에 50명 이상의 소비자가 비슷한 피해를 접수하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일괄적으로 조정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조정 결과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 소비자단체소송: 법원에 등록된 소비자단체가 기업의 위법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이 판결은 다른 모든 피해자에게도 효력이 미친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업자들의 배송비 산정 투명성을 확보하고 합리적인 재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쿠팡이 시스템 정비 뒤에 숨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외면한다면, 결국 법의 엄중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