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술 취해 300미터나 차를 몰았는데 무죄
[판결] 술 취해 300미터나 차를 몰았는데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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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에 숨은 법까지 알기 쉽게 전달합니다. 로톡뉴스가 취재하고 전하는 실생활의 법, 꼭 필요한 법조 이슈.
울산에 사는 A(34·남)씨는 작년 여름 음주운전을 해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혐의로 기소됐는데, 울산지방법원은 최근 그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가 운전할 당시의 혈중알콜농도는 0.140%나 됐었습니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에는 혈중알콜농도가 0.1~0.2%이면 300만~500만 원이하의 벌금 또는 6개월~1년 미만의 징역을 선고 받는다고 돼 있고요. 그런데 어떻게 A씨가 처벌을 면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 법에 ‘긴급피난’이라는 게 있네요. 형법 제22조 제1항에서 이를 정의하고 있는데, 긴급피난 요건에 해당하면 설령 법을 위반했다하더라도 무죄라는 것이죠. 긴급피난으로 인정받으려면 위기에 처했을 때,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어야 합니다. 그 피난행위도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고,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는’ 등 법으로 정한 몇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A씨의 경우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A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집까지 승용차를 운전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지리를 잘 몰라 헤매자 “운전을 몇 년 했느냐”는 등 운전능력에 의문을 표했고, 화가 난 대리기사는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가버렸죠. 황당해진 A씨는 대리운전업체에 전화를 걸어 다른 운전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A씨는 술이 취한 상태로 직접 운전대를 잡게 된 것입니다.
A씨는 이 같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긴급피난”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는데요. 그는 자신의 승용차가 밤 12시가 넘어 편도 2차선 도로에 세워져 있어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술이 안 깬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위해 차를 직접 300미터 떨어진 주유소 앞으로 옮겨 놓았다는 것이죠. 그리고는 112에 전화해 그런 상황을 알렸고요.
법원은 이런 A씨의 행위가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새벽녘 대리운전사가 정차해둔 도로에 승용차를 오래 세워두면 사고위험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또 A씨가 운전한 거리는 300미터에 불과해 사고위험을 피하기 위한 운전이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게 됐습니다. A씨의 음주운전으로 ‘침해되는 사회적 법익과 보호되는 법익’을 비교할 때 보호되는 법익이 더 크다는 판단도 나왔습니다. 자발적으로 112에 신고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요.
검찰 측은 당시 A씨가 아는 사람들이나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긴급피난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었죠. 하지만 새벽에 아는 사람 누가 나서서 술 취한 사람 차를 운전해 데려다줄 것이며, 경찰이 과연 음주운전한 사람 차량 운전해 주는 업무까지 해야 하느냐는 논리 앞에서 힘을 잃고 말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