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행→성착취물제작→성폭행⋯하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4번째 성범죄도 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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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추행→성착취물제작→성폭행⋯하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4번째 성범죄도 봐줬다

2020. 08. 04 19:11 작성2020. 08. 05 16: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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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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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및 강제추행으로 기소된 피고인⋯1심 "피고인 나이 어리다"며 징역 6년

소년보호처분 와중 범죄 저지른 사실 드러났지만⋯2심 '합의'를 이유로 징역 3년으로 감형

변호사들 "죄질에 비해 '관대한' 처분⋯초범으로 보는 게 타당한지도 의문"

A군의 악행을 멈출 수 있던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법원은 A군이 "어리다"는 이유로 봐줬다. 그리고 A군은 더 대담해졌다. /셔터스톡

자고 있던 여학생의 가슴을 훔쳐보기 위해, 옷을 잡아당겼던 14세 소년.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서울의 한 PC방에서 벌어진 이 추행 사건은, 앞으로 이 소년이 저지를 연쇄 성범죄의 시작이었다.


추행으로 시작한 A군의 범행은 곧 성착취물 제작으로, 그리고 결국 성폭행으로까지 이어졌다.


사실 A군의 악행을 멈출 수 있던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각각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마다 A군은 법의 심판대에 올랐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법원은 A군이 "어리다"는 이유로 봐줬다. A군에게 있어서 경찰이나 검찰, 그리고 법원은 무섭지 않은 존재였다. A군의 범행이 오히려 더 심해지고 대담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 2월, A군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도 이를 알았다. 이에 "피고인의 범죄 성행이 충분히 교정될 것인지에 관해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재판부는 이번에도 A군의 징역형을 깎아주며 선처했다. 이유는 범행 당시 A군이 미성년자였다는 것. 하지만 피해자들 역시 미성년자였다. 심지어 훨씬 더 어렸다.


성관계 사진 몰래 찍어 협박⋯"사진 지워준다"며 가학 행위

A군이 기소된 혐의 중 하나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이었다. 사건은 지난 2018년, 중학생 B양을 협박하면서 시작됐다. B양은 A군에게 찍힌 성관계 사진으로 힘들어하고 있던 상황.


앞서 A군에게 자신의 동의 없이 찍은 이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었다. 하지만 이날도 A군은 거부했고, 오히려 "너희 부모님에게 보여주겠다"며 B양을 협박했다.


그런 뒤 A군은 B양을 인근 아파트 계단으로 끌고 가, 거부하는 B양에게 유사 성행위를 강요했다.


"말 잘 들으면 사진을 지워준다"고 하기도 했지만, 뺨을 수차례 때리며 B양이 반항을 억눌렀다. 이후 유사 성행위에 그치지 않고, 가학 행위와 더불어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이때 그가 저지른 성적 가학 행위는 판결문에 특별히 언급될 만큼 역겨웠다.


역시 불법 촬영으로 협박⋯거부하는 피해자 억지로 추행

A군에게 당한 피해자는 또 있었다. B양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기 한 달 전, A군은 자신의 집에 놀러 왔던 C양에게도 성범죄를 저질렀었다.


당시 A군은 술을 마시고 잠든 C양을 만지는 등 추행을 했고 몇 달 뒤, 같은 장소에서 또 추행했다. 이번엔 맨 정신이었던 C양이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한 범죄였다. 뿐만 아니라 A군은 C양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A군이 그동안 저질렀던 범행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1심에서 징역 6년⋯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점 고려해

지난해 10월, A군 사건의 1심 재판이 열렸다. 혐의는 B양과 C양에게 저지른 성범죄 일체였다.


특히, A군은 아파트 계단에서 벌어진 B양에 대한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마성영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을 했다"며 "피고인은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선고는 '징역 6년'. 피고인이 범행 당시 18세인 점과 초범이었던 점 등이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된 결과였다.


하지만 A군 측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검사는 "너무 가볍다"며 1심 판결에 모두 불복했고, 사건은 2심으로 올라갔다.


동종 전과로 보호처분 중 저지른 범행이지만⋯2심, 징역 3년으로 감형

지난 2월 열린 2심에선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A군이 또 다른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제3의 성범죄'가 있었던 것이다.


'제3의 성범죄'란 한 여중생을 협박해 아동성착취물을 제작하게 하고 이를 SNS에 유포한 사건이다. A군은 당시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왕따를 시키겠다"고 협박해 피해자로부터 성착취물 영상을 제공받았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있던 시기에, 대범하게도 B양과 C양에게 각각의 범죄를 저질렀다.


보호처분 중 일어난 범죄.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변호사 박창규 법률사무소'의 박창규 변호사는 "소년보호처분이라고 해서 무조건 소년원에 구금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범죄 행위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보호처분이라는 명목하에 A군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고 연거푸 다른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2014년 당시 PC방에서 여학생의 가슴을 본다며 옷을 들추었던 사건까지 따지면 A군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만 4명. 모두 미성년자였다.


거기에 A군은 '한국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 척도' 검사에서도 성범죄 재범 위험성 수준이 '높음'으로 나왔다. 다른 검사에서는 '강간에 대한 환상'이 있다고까지 기록됐다. 판결문 속에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는 대목도 여러 번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군은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 받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8형사부(재판장 정종관 부장판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썼다.


"A군은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덧붙여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3년간 취업 제한, 3년간 보호관찰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범행 당시 18세인 점을 들어 법원의 선처를 받은 A군의 판결.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성범죄로 소년보호 처분까지 받았던 A군. 하지만 '초범'이고, 나이가 어렸다는 이유로 또다시 봐준 법원.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변호사들 "초범으로 본 게 타당한지 의문"

이 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변호사들은 대부분 '관대한 처분'이라고 평가했다.


법률 자문
'변호사 박창규 법률사무소'의 박창규 변호사, '법무법인 기회'의 김완수 변호사, '경기남부법률사무소'의 김정훈 변호사. /로톡 DB
'변호사 박창규 법률사무소'의 박창규 변호사, '법무법인 기회'의 김완수 변호사, '경기남부법률사무소'의 김정훈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기회의 김완수 변호사는 "피고인이 이전에도 동종 범죄로 보호관찰처분 등을 받았음에도 재판부가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초범에 해당하는 판단을 한 부분은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남부법률사무소의 김정훈 변호사는 "사건에 특별가중양형인자가 있음에도 재판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처벌 불원'이라는 특별감경양형인자만을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특별가중양형인자란 ▲피해자들이 모두 미성년자라는 점 ▲A군이 피해자에게 변태⋅가학적인 행위를 했다는 점을 말한다. 하지만 1⋅2심 모두 이를 형량에 반영하지 않았다.


성범죄자에 대한 적극적 감시와 법정형 상⋅하한 모두 올려야

변호사들은 법의 처분을 받고도 범행을 반복하는 A군과 같은 경우, 추가 범죄가 이뤄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완수 변호사는 "현행법상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처분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범행 방지에 부족함이 있다"며 "해당 수사기관 내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감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창규 변호사는 "법정형의 상한을 올리거나, 선고형이 지금보다 상향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김정훈 변호사는 "아무리 다수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벌의 하한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부당하다"며 "재판부가 다수 범죄에 대해 선고형을 정할 때 하한을 가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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