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결혼, 생활비 낸 아내 vs 주담대 갚은 남편, '남편 명의 10억 집' 재산분할 될까
반반결혼, 생활비 낸 아내 vs 주담대 갚은 남편, '남편 명의 10억 집' 재산분할 될까
결혼 전 취득 아파트도 기여 인정되면 분할 대상
이혼 전 재산분할 포기 약정, 법적으로 무효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8년간 똑같이 돈을 냈는데, 남편 손에는 10억짜리 아파트가, 아내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매달 200만 원씩 가족의 생활비를 전담해온 A씨는 이혼을 앞두고 "아파트는 내 재산"이라고 잘라 말하는 남편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결혼 전부터 남편 명의였던 아파트, 그리고 '수입은 각자 관리하자'는 부부의 약속, 이 두 가지가 A씨의 재산분할 청구를 가로막을 수 있을까.
13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각자 재산을 관리해온 맞벌이 부부의 이혼 재산분할 문제를 다뤘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배수지 변호사가 자문에 나섰다.
밥값도 반반, 선물도 반반…'공평한 결혼'의 민낯
A씨 부부는 연애 시절부터 돈 문제에 철저했다.
밥값은 항상 더치페이, 남편이 명품 백을 선물하면 A씨도 그에 상응하는 선물을 돌려주는 식이었다. 결혼 후에도 원칙은 유지됐다. 각자의 수입은 알아서 관리하고, 공동생활에 필요한 최소 비용만 반반씩 부담하기로 약속했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자기 명의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고, 결혼 후에는 매달 200만 원씩 주택담보대출을 갚아나갔다.
A씨도 매달 비슷한 금액을 가족의 생활비로 냈다. 관리비와 공과금, 식비는 물론 차량 유지비와 명절 비용, 양가 부모님 경조사비와 여행 경비까지 대부분 A씨의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처음엔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둘 다 매달 200만 원을 썼지만, 남편은 자기 자산을 불리고 있었고 A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소비성 지출만 해온 셈이었다.
결혼 당시 5억 원이었던 아파트는 8년이 지나 10억 원 가까이로 올랐다.
집값이 오르자 남편은 점점 "내 집, 내 재산"이라며 강한 소유욕을 드러냈다.
이혼을 논의하면서 남편은 아파트가 원래 본인 명의였고 대출도 본인 월급으로 갚았으니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결혼 초 약속했던 '각자 관리' 합의를 들먹이며 아파트는 분할 대상 자체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결혼 전 취득 아파트도 기여 입증되면 분할 대상
남편의 주장은 법적으로 통할까. 배 변호사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남편 명의의 아파트는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됩니다"라고 밝혔다.
남편은 결혼 전에 취득한 재산이니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하겠지만, 혼인 기간 동안 아파트의 대출금을 갚고 가치를 유지·형성하는 데 아내의 기여가 있었다면 분할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A씨의 생활비 지출이 남편의 대출 상환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느냐다.
배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은 재산분할 시 실질적인 혼인 생활의 형태를 들여다본다.
"아내가 매달 200만 원씩 생활비를 전담해 주었기 때문에, 남편이 자기 수입에서 온전히 200만 원을 빼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었던 것"이라는 게 배 변호사의 설명이다.
만약 A씨의 생활비 지원이 없었다면 남편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했거나 생활고를 겪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결국 A씨의 생활비 지출은 아파트라는 공동 자산을 유지·증식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집값 상승분도 분할 대상…"각자 관리 약속은 관리 편의일 뿐"
그렇다면 8년 사이 두 배로 뛴 시세 상승분도 나눌 수 있을까.
배 변호사는 "아내가 생활비를 전담하여 아파트가 처분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면 시세 상승분 역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현재 가치 10억 원에서 남은 대출금을 뺀 순자산 전체가 분할 대상이 된다.
남편이 강조하는 '각자 관리 합의'도 재산분할 권리를 박탈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배 변호사는 혼인 중 '재산을 각자 관리하자'는 약정은 일상적인 부부 생활에서의 관리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이혼 시 재산분할 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합의로 보지 않는다고 짚었다.
더욱이 이혼 전에 미리 재산분할을 포기하기로 하는 약정은 법적으로 무효다. 따라서 각자 관리했다는 사실 자체가 A씨의 재산분할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
소송 유리하게 이끌려면 지출 증빙 확보가 관건
다만 법원에서 기여도를 인정받으려면 증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배 변호사는 매달 200만 원씩 생활비와 용돈을 지출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 내역과 카드 명세서 등을 꼼꼼히 확보해 둘 것을 권했다.
이러한 금융 자료들이 혼인 기간 동안의 실질적 기여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
결국 A씨처럼 각자 재산을 관리해온 부부라도, 생활비 전담 등 실질적인 기여가 입증된다면 이혼 재산분할에서 충분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배 변호사는 "이혼 전 재산분할 포기 약정은 무효"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부부 간의 재정 약속이 법적 권리를 차단하는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