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때 우리 방 오지마" 한마디에 학폭 신고… 정말 학교폭력일까?
"수학여행 때 우리 방 오지마" 한마디에 학폭 신고… 정말 학교폭력일까?
유튜브서 화제 된 '수학여행 방 거절' 학폭 신고 사연
따돌림 인정되려면 지속성·반복성 필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학여행에서 친구 방에 놀러 갔다 거절당한 일로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됐다면, 법원은 이를 폭력으로 인정할까.
최근 '따순 변호사 둘' 유튜브에서는 "상대방 학생이 너무 예민해서 학폭을 신고 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며 수학여행에서 벌어진 사연이 소개됐다.
사연에 따르면, 한 학생이 수학여행에서 인기 많은 학생들 무리에 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결국 다른 방에 배정된 이 학생이 인기 많은 학생들의 방에 찾아갔지만, 무리의 학생들은 "선생님이 오지 말라고 했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학생은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학교 등교를 거부했고, 결국 부모가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접수했다.
일회성 거절이 따돌림?… 법의 잣대로 본 학폭 기준
그렇다면 법의 잣대로 볼 때, 이 완곡한 거절은 정말 학교폭력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상에 묘사된 단편적인 사실만으로는 학교폭력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에는 폭행, 명예훼손, 강요뿐만 아니라 '따돌림'이 포함된다.
여기서 따돌림이란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심리적 공격을 가해 고통을 느끼게 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따돌림이 성립하려면 집단성, 지속성 및 반복성, 그리고 피해학생의 고통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법원 "모든 갈등이 학폭은 아냐"… 핵심은 '지속성'
이번 사연이 학교폭력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일회성'이다.
수학여행 중 방 배정에서 거절당한 것은 일회적 사건으로, 따돌림의 핵심 요건인 지속성과 반복성을 충족하기 어렵다.
실제로 대구지방법원은 "따돌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집단성, 지속성, 반복성이 요구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발생경위와 상황, 행위 정도 등을 충분히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2018구합23673 판결).
"선생님이 오지 말라고 했다"는 식의 완곡한 거절 자체를 심리적 공격으로 보기도 힘들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피해학생이 감정이 상하였을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지속적·반복적 심리적 공격이 있었다거나 그로 인해 정신적·심리적 고통까지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2018구합72383 판결).
무엇보다 법원은 학생들 사이의 일상적인 마찰을 모두 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을 몹시 경계한다.
법원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이나 분쟁을 학교폭력으로 의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조롱이나 지속적 배제 섞였다면 '학폭' 성립 가능
다만, 수학여행에서의 거절이 단순한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수학여행 전후로도 2명 이상의 학생들이 집단적, 조직적으로 해당 학생을 무리에서 지속 배제해왔거나, 단순한 거절을 넘어 모욕적 언행과 조롱이 수반됐다면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결국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 일어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단편적인 장면 하나가 아닌, 전후 맥락과 가담 학생 수, 피해 정도 등을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