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거용 전세→스터디룸…알리지 않아도 무죄된 이유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단독] 주거용 전세→스터디룸…알리지 않아도 무죄된 이유

2025. 11. 04 12:0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전세 계약 당시 "공부방 운영" 미고지

중개사 처벌 위기 넘긴 '단 하나의 조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울산 북구에서 '○○○○뜰신도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개업 공인중개사 A씨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서게 됐다.


공인중개사법은 중개대상물의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된 언행 등으로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가 된 사건은 2024년 6월 22일 체결된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전세 계약에서 발생했다. 임차인 강 모 씨는 해당 호실에서 공부방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A씨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임대인 이 모 씨에게 이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실제 용도를 '주거용'으로 작성하고, 임대인에게 실제 사용 용도를 고지하지 않는 방법으로 중요 사실을 숨겨 임대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했다며 A씨를 기소했다.


"소규모 운영은 문제없다" 판단이 낳은 법정 공방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관계는 이렇다. A씨는 임차인 강 씨로부터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소규모로 공부방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때 강 씨는 A씨에게 "소규모로 운영할 계획인데 문제가 될지, 말해야 하는지"를 문의했고, A씨는 "소규모로 운영할 것이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임차인 역시 임대인에게 알려줄 것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았다.


실제 전세계약서 용도란에는 단순히 "아파트"라고만 기재되어 있었다.


특약사항에도 주거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었으며, 부수적인 상업활동이나 임차인의 영업행위를 특별히 제한하는 규정도 없었다. 다만, 실내 흡연 및 반려동물 사육 금지, 부주의로 인한 내부 파손 시 원상회복 약정만 있었다.


임대인 이 씨는 계약 체결 당시가 아닌 2024년 9월 30일, 임차인의 이사 때 학생 책상들이 많은 것을 보고서야 임차인이 공부방을 운영할 것임을 알게 됐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서상 임대인의 동의 없이 용도 변경 시 즉시 계약 해지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A씨나 임차인에게 계약 해제나 조건 변경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


실제 임차인은 이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일주일에 3일, 작은 방 2개에 책상 8개를 두고 공부방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임대인 판단 그르치게 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 선고

울산지방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려면, 단순히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된 언행 등을 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로 인하여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할 것'이 요구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단순히 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을 성실·정확하게 하지 않은 행위 자체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들을 종합하여, 비록 A씨가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에 '실제용도 주거용'이라고 기재했지만, 이는 계약 당시의 용도를 설명한 것일 뿐 해당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임대차계약의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임대인 이 씨가 A씨에게 아파트에서 주거 외 다른 일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적인 조건으로 중개 의뢰를 하지 않았으며, 임차인의 입주 당시에 공부방 운영 사실을 알면서도 계약 해제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원은 "임대인의 입장에서도 임차인의 공부방 운영이 거래상의 중요사항이라고 할 수 없고, 객관적으로도 방 3개와 거실, 주방 등을 갖춘 아파트에서 실제 거주하면서 방 2개만을 공부방으로 운영한 것을 거래상의 중요사항을 알리지 않아서 중개의뢰인을 판단을 그르치게 하였다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A씨의 행위가 신의와 성실 의무를 위반하여 부적절할 수는 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임차인의 소규모 공부방 운영이 임대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할 만한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거나, A씨에게 임대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할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이에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참고] 울산지방법원 2025고정111 판결문 (2025. 10. 16. 선고)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