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 촬영 유출 협박'으로 여고생 죽인 채팅男, 법원 "6억 손해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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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법 촬영 유출 협박'으로 여고생 죽인 채팅男, 법원 "6억 손해배상하라"

2020. 01. 07 17:32 작성2020. 01. 15 12: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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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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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에서 만난 남학생, 몰래 성관계 촬영해 협박

피해 여학생, 협박 후 12시간 만에 극단적 선택

A양은 B군이 '성관계 당시 찍은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지 12시간쯤 지나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 올라가 뛰어내렸다. 해당 사진은 사건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야 XX년아. 걍(그냥) 사진 뿌릴게. 내가 니 진짜 정이 있어서 봐주려고 한 건데 안 되겠다. 인생 망쳐줄게."


2018년 8월 열여섯살 A양은 경기도의 한 아파트 옥상에 섰다. 밤새 펑펑 우느라 한숨도 못 잔 탓에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셀카 모드로 동영상을 찍었다. "무서워. 보고 싶다. 잘 있어." 세 마디만을 남기고 아파트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인생 망친 거 축하해" 집요했던 협박, 12시간 만에 벌어진 비극

A양의 죽음 뒤에는 남학생 B군이 있었다. A양은 사고가 벌어지기 한 달 전, 채팅에서 B군을 만났다.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실제 만남까지 가졌다. 하지만 그날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B군은 A양을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했고 몰래 사진까지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도구 삼아 협박했다.


B군은 A양을 협박할 때 'XX년'이라고 불렀다. "너 벗은 사진, XXXX한 사진 다 갖고 있다"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IP 우회해서 올릴 거다. 그러면 걸리지 않는다"고 협박했다. A양이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애원해봐도 "딱히 니 감정 신경 안 쓴다"고 대꾸했다.


B군의 발언 중에는 A양과 가진 성관계가 '강간'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도 있었다.


"어차피 또 강제로 당해도 신고 안 할 거잖아."


그러면서 성관계 당시 찍은 나체 사진과 널브러진 속옷 사진을 카카오톡을 통해 전송했다. 겁이 나서 대꾸하지 못했던 A양에게 B군은 "인생 망친 거 축하한다"며 조롱하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때가 8월 19일 오후 11시 50분쯤이었다.


12시간쯤 뒤인 20일 정오. A양은 경기도의 한 아파트 위에서 두려움에 벌벌 떨다가 아래로 떨어졌다. 한 유가족은 "해당 아파트 옥상에서 소주병이 발견됐다"며 "죽을 용기가 나지 않아 술기운을 빌려 투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년자였던 B군, 전과도 안 남는 소년원 보호처분

우리 형법은 B군을 처벌하는 데 있어 무력했다. B군의 가장 두꺼운 방패는 그가 미성년자라는 데 있었다.


A양의 가족은 B군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B군이 받은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B군의 나이 때문에 일반 형사재판부가 아니라 가정법원 소년부가 사건을 맡았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B군은 '가장 무겁다'는 10호 보호 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들어갔다. 그걸로 끝이었다. 보호처분은 전과도 남지 않는다.


유가족에게 남은 건 '민사소송' 뿐, 그렇게 시작된 손해배상청구 소송

유가족이 A양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거는 방법 뿐이었다. 유가족은 "상대 남학생의 협박이 A양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의 핵심은 'B군의 협박'과 'A양의 죽음' 사이의 인과관계였다. A양의 유가족 측은 자살 직전 A양이 보인 행적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A양은 지난 2018년 8월 19일 오후 11시 50분쯤 협박을 받았다. 그리고 1시간쯤 뒤인 20일 오전 1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협박받은 내용'과 함께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밤을 꼬박 새우고 A양은 아침 일찍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에게 "자살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친구와 헤어진 뒤 A양은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 그리고는 뛰어내렸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A양 측은 "죽음의 원인이 B군의 협박에 있다"고 주장했다.


"A양의 죽음과 인과 관계없다" 버텼으나⋯법원 "6억 배상해라"

B군 측은 "A양의 죽음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군은 평소 품행이 바른 모범생이었다"며 남학생이 받은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3민사부(재판장 김수경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A양은 남학생의 이같은 행위(협박) 뒤 12시간 만에 투신했으므로 자연적 인과관계가 있음은 명백하다"며 "만약 남학생이 다음 날 아침이라도 사과했다면 A양은 죽음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박을 받은 다음 날 '극단적 선택'을 한 A양. 재판부는 "(가해 학생인) B군이 다음 날 아침이라도 사과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면서 배상액을 6억으로 책정했다. 재판부는 크게 ①일실수입 ②장례식 비용 ③위자료 등 세 가지로 나누어 계산했다.


재판부는 A양이 죽지 않았더라면 벌 수 있었던 수입(일실수입⋅①)을 4억 5852만 9280원이라고 계산했다. 만 19세가 되는 2021년부터 65세가 되는 2067년까지 벌 수 있는 돈을 모두 합친 액수다.


장례식 비용(②)은 법원 관례에 따라 500만원으로 책정했다. 위자료(③)는 A양 본인에게 줘야 할 위자료로 5000만원, A양 부모와 동생에게 각각 3000만원씩 총 1억 4000만원으로 정했다.


모두 합해 6억 353만원이었다.


B군 아버지 "이혼했다"며 책임 덜어달라 했지만⋯재판부 "책임 피할 수 없다"

재판부는 이 돈을 B군과 B군 부모가 나눠서 갚으라고 명령했다. 세 사람이 합쳐서 6억 353만원을 갚으라고 하면서 각기 다른 '책임 제한'을 뒀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B군은 최대 60%까지 책임지라고 했고, B군과 함께 사는 어머니에게 40%까지를, B군과 떨어져 사는 아버지에게 10%까지를 책임지라고 했다. 세 명의 합계가 110%인 이유는 법원이 책임의 한계를 그렇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 결정에 대해 B군의 아버지는 "지난 2004년 이혼하여 별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죽음에 대한 책임을 덜어달라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아버지에 대해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친권이 없었다고 해도 면접교섭권 등은 있었으니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B군 측은 현재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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